[현장] "10분 뒤 나사 부족" 예측, 운반도 자동..이런 똑똑한 공장

이정훈 2022. 10. 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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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공장' LG스마트파크를 가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 지상에서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 Automated Guided Vehicles)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LG전자 제공

경남 창원 엘지(LG)전자 ‘엘지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3층에 들어서자 바퀴 달린 직사각형 모양의 물류로봇(AGV, Automated Guided Vehicles)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5세대(G) 이동통신으로 연결된 물류로봇은 바닥에 깔린 6천여개의 정보무늬(QR코드)가 주는 정보에 따라 부품이 담긴 최대 600㎏의 적재함을 공장 생산라인 곳곳으로 알아서 운반했다. 또 사람에 가로막히면 음악 소리를 내어 길을 내고, 배터리가 30% 이하로 내려가면 알아서 충전소를 찾아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10분 뒤 라인 일부에서 자재가 부족해 정체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해 부품 부족 사태를 예방했다. 냉장고 문을 붙이고 용접까지 해내는 로봇팔, 물류 엘리베이터로 올라온 부품 박스를 천장에서 옮기는 고공 켄베이어까지 공장 생산라인 곳곳이 자동화돼 있다.

지난 6일 찾은 엘지스마트파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3월 선정한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이다. 세계경제포럼이 2018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선정하는 등대공장은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곳이란 의미다. 엘지스마트파크는 가전업체로선 국내 최초이자, 포스코와 엘에스(LS)일렉트릭에 이어 국내 세번째다.

엘지전자는 2017년부터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시작해 2021년 9월에 1차로 자동화 65%까지 달성했다. 소품종 다량 생산에서 다품종 맞춤 생산으로 변하는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25만6천㎡ 규모의 엘지스마트파크는 냉장고는 물론 식기세척기, 오븐, 정수기 등을 생산한다.

높아진 자동화율은 냉장고 생산라인에 집중돼 13초당 냉장고 1대를 생산할 정도로 생산성을 높였다. 로봇팔이 20㎏이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짝을 가뿐히 들어 올려 조립하고, 용접이나 나사 조립도 맡았다. 사람이 할 때에 비해 품질이 달라질 가능성이 적어진 것이다. 엘지전자는 로봇팔에 설치된 카메라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3차원(D) 비전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덕분에 시간당 제품 생산대수는 20% 가까이 늘었다. 류재철 에이치앤에이(H&A)사업본부장(부사장)은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가전 제조업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곳곳에 달린 센서는 하루 평균 500GB 분량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기존 냉장고 생산라인에서 수집되던 하루 평균 데이터 50MB의 1만배다. 엘지전자는 “수집한 데이터를 디지털 트윈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해 제품 불량,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연구원이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김치냉장고 무드업의 \

그 덕에 냉장고 생산라인은 다양한 모델의 제품을 한번에 생산한다. 냉장고 모델별로 기능이 달라 대당 생산시간도 차이가 있어, 이를 별도로 생산하면 부품도 바뀌어 생산시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서로 다른 모델을 실시간으로 함께 생산하는 ‘혼류생산’으로 바꿨다. 한 생산라인에서 최대 58종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류재철 본부장은 “다른 모델을 생산해도 디지털 트윈을 통해 작업자에게 필요한 부품을 제때 공급해줄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생산성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 제품의 불량 원인 분석시간이 기존 대비 약 50% 단축됐고 현장 불량률은 30% 정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로봇이 대체한 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이젠 로봇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엘지전자 강명석 리더는 “스마트파크서 일하는 직원 수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생활가전 수요가 늘고 생산성도 향상되면서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일자리는 10∼15% 늘었다”고 설명했다. 창원에 있는 11개 주요 협력사 종업원 수는 지난해 말 4700여명으로 전년 말 대비 15% 늘었다.

엘지전자는 2025년까지 엘지스마트파크에 고도화된 냉장고 생산라인 1개를 추가하고, 오븐·식기세척기 생산라인도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또 창원 엘지스마트파크에 이어 글로벌 생산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지능형 자율공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창원/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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