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공장' 창원 LG스마트파크, 제조업의 미래를 비춘다

김기훈 2022. 10.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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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초에 냉장고 1대 만드는 속도..디지털트윈·AI 공정 생산량 20%↑
하루 500GB 빅데이터 디지털전환으로 불량률 30% 줄어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냉장고 문을 들어 본체에 조립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위이잉∼ 칙'

경남 창원에 있는 'LG 스마트파크 1'의 통합생산동에 들어서자 반복적 기계음이 귓전을 때렸다.

로봇팔과 컨베이어벨트, 물류 시스템 등 각종 기계장치가 만들어내는 복합음이다.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건 1.9m 크기의 대형 로봇팔.

쉴새 없이 움직이며 냉장고 파이프라인을 용접하고, 부품 나사를 조이다가 20㎏짜리 문짝을 들어 올려 냉장고 본체에 부착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던 부품들도 로봇팔의 손길을 거치기만 하면 차츰 냉장고로 형체를 갖춰갔다.

이곳 생산라인의 자동화율은 65%로, 스마트파크에서는 13초에 1대꼴로 냉장고가 생산된다.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생산선진화 태스크 강명석 리더는 "주로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로봇이 맡고 작업자는 생산라인이나 로봇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며 "자동화의 목적은 무인화가 아니다. 창원 공장의 자동화는 결국 사람을 위한 자동화"라고 강조했다.

WEF의 '등대공장'으로 선정…가전 제조혁신 미래 제시

LG전자는 지난 6일 창원 LG스마트파크 생산라인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올해 3월 세계경제포럼(WEF)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LG스마트파크는 LG전자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등대공장은 첨단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밝히는 공장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LG스마트파크를 비롯해 포스코 포항 공장, LS 일렉트릭 청주 공장 등 3곳이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LG스마트파크는 1·2공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1공장의 대지면적은 25만6천㎡로 축구장 35개 규모에 달한다.

스마트파크 1은 통합생산동과 3개 생산동, R&D센터 등으로 구성돼있으며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정수기 등을 만들고 있다.

또 42만㎡ 부지에 조성된 스마트파크 2에서는 에어컨, 세탁기, 컴프레서, 모터 등이 생산된다.

LG전자 직원들이 LG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시스템이 보여주는 버추얼 팩토리를 확인하고 있다. 지능형 공정시스템은 냉장고 생산,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 등 실제 공장 가동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능형 공정시스템 구축…하나의 라인에서 58개 모델 생산

LG스마트파크의 첨단 기술력은 '혼류 생산'으로도 증명된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하나의 모델이 아닌 여러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맞춤 생산 체계로 변경하기 위해 창원공장은 2017년부터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시작했다"며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로봇, 디지털 정보화 기반의 유연 생산시스템 등을 활용해 1개의 생산라인에서 최대 58종의 모델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원활한 혼류 생산을 위한 핵심 기술로는 디지털 트윈을 꼽을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가상공간에 현실과 동일한 대상을 만들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다양한 상황을 분석·예측하는 기술이다.

실제 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현한 대형 화면이 있는데, 이 화면을 통해 현재 가동 중인 생산라인과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 제품 생산 실적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물류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30초마다 공장 안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10분 뒤 생산라인의 상황을 예측하고, 자재 부족이 예상되면 문제를 미리 해결하도록 안내한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 지상에서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 Automated Guided Vehicles)들이 움직이는 장면.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상과 공중 연계한 입체물류 시스템…자재 공급시간 25% 단축

AI와 로봇 기술, 5세대 이동통신(5G)을 활용한 물류시스템도 감탄을 자아냈다.

통합생산동 안에서는 사람이 부품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무인창고에 있는 로봇이 냉장고 부품을 선별해 박스에 담자, 박스에 담긴 부품은 고공 컨베이어를 통해 생산라인으로 전달됐다.

컨베이어로 옮기기 힘든 무거운 부품은 물류로봇(AGV·Automated Guided Vehicles)의 몫이었다.

AGV는 공장 내 5G 전용망을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최대 600㎏의 적재함을 자동 운반한다.

공장 내 작업자를 고려해 안전성도 갖췄다.

실제 공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던 취재진이 AGV의 진로를 가로막자, AGV는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멈춰 선 뒤 비켜달라는 경고음을 냈다.

이어 취재진이 비켜나자 AGV는 다시금 미끄러지듯 운행을 시작했다.

이런 입체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업무와 공간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

자재 공급시간은 자동화 시스템 설치 전보다 25% 단축됐고 물류 면적은 30% 정도 줄었다.

예기치 못한 설비 고장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도 96% 감소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전경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년 최종 완공 목표…냉장고 라인 등 추가

LG전자는 공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생산과정 전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에서 하루에 수집하는 데이터 용량은 약 500GB(기가바이트)에 달한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전환(DX)으로 LG스마트파크에서 수집한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면서 제품 불량, 설비 고장 등을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제품의 불량 원인 분석 시간이 기존 대비 약 50% 단축됐고 현장 불량률은 30% 정도 줄어들었다.

LG전자는 LG스마트파크의 최종 완공 시점인 2025년까지 고도화된 냉장고 생산라인 1개를 추가하고, 오븐, 식기세척기 라인도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창원 LG스마트파크에 이어 글로벌 생산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지능형 자율공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력을 펼치며 글로벌 가전 선도기업의 위치를 공고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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