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로봇팔이 20kg 냉장고문 가뿐히 본체에 조립.. 자동화율 60% 'LG스마트파크'

창원=최지희 기자 2022. 10.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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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된 공장서 하늘·땅 누비는 물류로봇
디지털 트윈·AI 기반 지능형 공정..생산량 20%↑
로봇팔 136개가 난해·기피 공정 해결
기존 인력은 로봇 유지 보수 등 업무로 재배치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10분 뒤 공장 상황 예측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 지상에서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LG전자 제공

지난 6일 경남 창원의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무인 물류로봇(AGV) 50대가 천장과 땅을 분주하게 누비면서 무거운 부품을 나르고 있었다. 축구장 36개 크기 공장에서 사람은 일부 라인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대신 5세대 이동통신(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이 공장 바닥에 50㎝ 간격으로 붙여진 QR코드를 읽고 최적 경로를 찾아 부품이 필요한 작업자 앞으로 자재를 운반했다. 사람이 길을 막으면 ‘삐리리리’ 소리를 내면서 비켜달라고 했다. 지상 로봇은 최대 600㎏ 적재함을 운반했고, 공중 로봇은 고공 컨베이어로 30㎏ 부품 박스를 날랐다.

LG스마트파크 공장은 올해 3월 국내 가전업계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WEF)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의미한다. 앞서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LS일렉트릭이 등대공장에 이름을 올렸다. 강명석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생산선진화 리더는 “LG스마트파크 공장은 ‘입체 물류’ ‘디지털 트윈’ 등에서 세계 최상급 공장 수준이라는 평을 들었다”며 “오랜 기간 ‘K가전의 메카’라고 불려온 창원 공장이 변신에 성공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1976년에 지어져 가동된 지 46년이 넘은 창원 공장은 2017년부터 미래형 공장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지능형 자율 공장(스마트팩토리) 1단계에 돌입, ‘LG 시그니처’ 냉장고와 오브제 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 생산을 시작했다. 로봇과 디지털 기반으로 유연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현재는 생산라인 1개에서 최대 58종의 모델을 생산한다.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전경. /LG전자 제공

현재 공장 자동화율은 60%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작업은 전부 로봇이 맡고 있었다. 사람은 냉장고 전선 등 비정형 라인과 로봇 품질 관리 등을 담당한다. 공장 내 136개가 넘는 로봇팔에는 카메라와 함께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3D 비전 알고리즘을 적용해 오차 없는 작업을 하게 만들었다.

이 로봇팔은 20㎏이 넘는 냉장고 문과 냉장고의 심장과도 같은 컴프레서를 가뿐히 들어 본체에 조립했다. 이수형 LG전자 H&A DX/혁신운영팀 선임은 “로봇이 냉장고 문을 조립하는 건 전세계에서 이곳 공장이 유일하다”면서 “전에는 작업자들이 무거운 냉장고 문을 나르다 힘들어 도망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 작업자는 이런 일 대신 로봇이 컴프레서를 넣어주면 나사를 조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냉매가 흐르는 파이프 용접, 누설 검사, 냉매 주입 등 난해한 공정 대부분에서 로봇팔이 움직였다. 특히 파이프 용접 과정에서는 산화가스가 나와 작업자들의 위험도가 높았으나 이제는 로봇이 고주파로 13초만에 용접을 해낸다. 이 결과 시간당 제품 생산 대수는 20% 가까이 증가했다.

강 리더는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을 걱정하는 작업자들이 많았지만 기존 업무를 담당하던 이들은 로봇 유지 보수 등 고부가가치 작업으로 이동해 새로운 일을 맡고 있다”면서 “오히려 공장 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돼 창원 지역 11개 주요 협력사들도 고용을 15%가량 늘렸다”고 말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무거운 냉장고 부품을 옮기고 있다. /LG전자 제공

물류로봇과 로봇팔에 이어 이 공장에 도입된 또 다른 혁신 기술은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가상공간에 현실과 똑같은 대상을 만들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공장 1층엔 실제 가동 중인 생산라인과 동일한 시뮬레이션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이 화면에서 작업자들은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 제품 생산 실적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물류에도 적용돼 10분 뒤 공장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만들었다. 10분 후 특정 라인에서 부품이 부족해 정체가 예상되는 경우 시스템이 이를 인지하고 작업자에게 문자로 알람을 띄운다. 작업자는 이 알람을 보고 미리 부품 부족 등 이상 상태에 대비할 수 있다.

강 리더는 “공장에서 물류는 우리 몸의 피와도 같아 끊김 없이 계속 흐르게 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트윈 기술로 30분마다 공장 전체의 데이터를 분석해 혼류(混流) 생산 공정에 제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LG전자는 공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생산과정 전반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곳에서 하루에 수집하는 데이터양은 약 500GB로, 기존 냉장고 생산라인의 데이터 수집량(50MB)보다 약 1만배 많다. AI를 활용해 이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면서 제품 불량,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LG전자 직원들이 LG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시스템이 보여주는 버츄얼 팩토리를 확인하고 있다. 지능형 공정시스템은 냉장고 생산,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 등 실제 공장 가동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제공

LG스마트파크의 입체 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자재 공급시간은 기존 대비 25% 단축됐고 예기치 못한 설비 고장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도 96% 감소했다고 한다. LG전자는 이 공장이 최종 완공되는 2025년까지 냉장고 라인을 추가하고 오븐과 식기세척기 라인 등을 가동할 예정이다. 또 창원 LG스마트파크에 이어 글로벌 생산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지능형 자율공장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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