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동화는 사람 빼는 공정 아냐"..'가전업계 최초 등대공장' LG전자 창원공장을 가다

김준석 2022. 10.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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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파크, 한국 가전업계 최초 등대공장 선정
디지털 트윈 기술로 이상사태 미연에 방지
일별 생산계획 맞춰 '혼류생산'
딥러닝으로 용접도 로봇이..품질 균질화 달성
3D 비전 알고리즘 도입, 세계 최초 로봇이 냉장고 문 붙여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 지상에서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LG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창원(경남)=김준석 기자】 "지능형 자율공장의 핵심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더 공정을 안전하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올해 3월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LG스마트파크 관계자의 말이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하늘에 등대가 길을 안내하듯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해 제조업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끄는 공장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포스코와 LS일렉트릭 청주공장,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 등 세 곳이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1층 로비에 들어가니 오른쪽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현한 대형 화면이 있었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가상공간에 현실과 동일한 대상을 만들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현재 가동 중인 생산라인과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유무, 제품 생산 실적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LG전자 직원들이 LG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시스템이 보여주는 버츄얼 팩토리를 확인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생산라인에 들어서니 지상에서는 로봇이 적재함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다. 이어 물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부품 박스를 올리면 고공 컨베이어로 천장에서 최대 30kg의 박스가 머리 위를 오간다.

이내 생산라인 곳곳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최대 600㎏의 적재함을 자동 운반 가능한 5세대이동통신(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이 적재함을 운반하는 경로를 사람이 막고 있어 나는 경보음이었다. 생산라인 바닥에는 노란색과 초록색 라인들이 구획돼 있었으며 중요지점마다 QR코드가 부착된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관계자는 "로봇이 자석이 아닌 5G전용 통신망을 통해 끊김 없는 안정적인 통신을 통해 자재를 빠르고 정확하게 운반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LG스마트팩토리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생산라인에 5G 전용 통신망을 구축했다.

생산라인에 올라온 냉장고의 색상과 형태가 제각기 다른 점도 눈길을 끌었다. 관계자는 "일별 생산계획에 맞춰 다양한 모델의 냉장고를 생산하는 '혼류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란색, 파란색 등 각 모델별로 다른 스티커를 부착돼 바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계측된다. 그는 이어 "가상공간에 생산라인을 구현한 디지털 트윈 기술 덕분에 혼류생산이 가능했다"면서 "실제보다 10분 빠른 시뮬레이션을 통해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이상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의 입체물류 자동화 시스템에 도입된 고공 컨베이어가 부품을 나르기 위해 박스를 들어올리고 있다. LG전자 제공
자동화율 60% 이상인 LG스마트팩토리에는 다양한 로봇들이 공정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 로봇은 파이프 용접을 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통상적인 화염 용접이 아닌 고주파 용접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관계자는 "화염 용접의 경우 산화가스가 나오는 등 기피 공정 중 하나"라면서 "작업자의 숙련도와 피로도에 따라 결과물에 차이가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봇이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고주파 용접을 진행하면서 품질이 균질화 됐으며 13~15초를 오가며 들쑥날쑥이었던 공정 시간도 13초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냉장고 문과 본체를 결합하는 공정 라인에 이르자 관계자는 "냉장고 문을 로봇이 붙여주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냉장고 본체와 문과의 공차가 0.25㎜에 불과해 자동화가 어려운 기술이다. 그는 "로봇팔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3D 비전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로봇이 정확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서 "로봇이 어렵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작업자는 생산라인이나 로봇 작동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해 품질과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화로 인해 인력감축 등을 묻는 질문에 강명석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생산선진화태스크 리더는 "자동화는 사람을 빼기 위한 공정이 아니라 균질한 품질과 높은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협력사를 포함했을 때는 오히려 인원이 기존대비 15%가량 늘었다"고 답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20kg이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을 가뿐히 들어 본체에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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