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줄리앙의 표정이 가득한 누누 허재영 대표의 집과 사무실

서울문화사 2022. 10.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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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장난기 섞인 얼굴 표정! 프랑스 아티스트 장 줄리앙(Jean Jullien)의 페르소나가 곳곳에 보이는 누누 허재영 대표의 남산맨션 아파트를 찾았다.


푸르른 자연이 액자처럼 걸린 아름다운 거실.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비트라의 포텐스 조명은 루밍 rooming.co.kr, 오렌지 색상의 USM TV장은 스페이스로직 spacelogic.co.kr, 허먼밀러의 임스 RAR 체어는 인노바드 innovad.co.kr 판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과 더불어
색색의 가구와 작품들,
누누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집안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장 줄리앙의 초기 작품이 걸린 코너. 전자 키보드는 가수 김C가 허 대표의 딸을 위해 선물했다.


벽에 걸린 작품은 장 줄리앙이 서울 첫 전시에서 라이브로 그린 것. 오른쪽 작품은 층간소음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헤이의 파란색 매그스(Mags) 소파는 이노메싸 innometsa.com 판매.


아티스트 팀 라한(Tim Lahan)의 작품과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비트라의 아메바 체어를 매치했다.


한정판으로 50개만 생산했던 누누 nounou.kr의 스툴. 퍼즐처럼 얼굴을 맞추는 재미를 더했다. 새로운 스툴은 비아인키노와 협업해 출시할 예정이다.


장 프루베 디자인으로 꾸민 다이닝 공간. 비트라의 EM 테이블과 스탠다드 체어는 루밍 rooming.co.kr 판매.


아이방의 침대 헤드는 박공 지붕 형태로 제작해 아늑함을 더했다.

반쯤 잠긴 졸린 눈에 긴 코와 콧수염. 순진무구한 표정의 동그란 눈.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것 같은 이 얼굴에 누구라도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2016년, 패션 브랜드 스테레오바이널즈와 장 줄리앙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세상에 나온 컬렉션은 즉각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이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누누가 등장했다.

두 브랜드를 만든 장본인은 장 줄리앙과 오랜 친구 사이였던 허재영 대표. 그는 런던 세인트 마틴스에서 그래픽을 전공하고(이때 장 줄리앙과 작업실을 함께 쓰며 인연을 맺었다) 영국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6년 전, 11년간의 영국살이에 마침표를 찍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타국에서의 활동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한국 디자인 업계의 좋은 양분을 쌓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스테레오바이널즈, 누누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 외에도 SPC 그룹의 고문과 장 줄리앙, 티보 에렘(Thibaud Hrem) 등 해외 아티스트의 에이전시 역할을 하며 다양한 일을 펼쳐온 허재영 대표는 론칭과 동시에 큰 사랑을 받은 누누를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 브랜드의 방향을 확실히 잡고 내실을 좀 더 단단히 다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그는 장 줄리앙과 함께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둘이 납득할 만한 것을 만들고, 제품은 국내에서만 생산하며, 최대한 환경적인 노력을 기울이되 이를 내세우지 않을 것.

침실에 마련한 작은 오피스 공간. 티보 에렘의 나무 그림을 걸었다.

2년 간의 휴식기를 거쳐 브랜드를 재개한 지 또다시 2년이 흐른 지금, 누누는 더 많은 이의 일상에 웃음과 행복을 전해주고 있다. 일을 일이라 여기지 않고, 삶 그 자체라 말하는 허재영 대표는 심지어 집과 작업실을 한 건물 안에 두었다. 1분 만에 출퇴근이 가능한 환경. 일이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일인 셈이다.

그가 터를 잡은 곳은 한남동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한 남산맨션이다.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찍이 눈여겨본 남산맨션은 그와 가족이 함께 사는 보금자리이자 즐거운 일터며, 이웃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되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공항을 갈 때마다 남산 쪽으로 이상하게 생긴 아파트가 눈에 띄었어요. 브루탈리즘이나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에 관심이 많았기에 1970년대 호텔로 설계된 이 건물에 끌릴 수밖에 없었죠.”

건축물대장에도 관광호텔로 기록된 남산맨션은 10평형대부터 60평형대까지 집마다 서로 다른 구조와 평면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건물이다.

“여덟 개 정도 매물을 보다가 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창 밖에 드리워진 나무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여기가 한국인지 런던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고요. 우리 가족이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어도 쉽게 적응하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창 너머 푸른 나무가 넘실대는 거실. 외국 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누누 가족의 집으로 들어가보자.

단을 올린 마루와 격자살 창호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 침실.

누누 허재영 대표와 나눈 60분간의 대화 Q 와, 거실이 집의 하이라이트군요.

가장 신경 썼던 점은 거실의 창문을 크게 내는 것이었어요.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대로 그 계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다만 층고가 워낙 낮은 오래된 아파트여서 어떻게 하면 확장감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바닥과 천장 소재를 비슷한 무드로 맞추면 공간감이 더 깊고 층고가 높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바닥재가 위아래 대칭이 되도록 천장에도 나무 시트를 붙였죠.

Q 장 프루베의 포텐스 조명이 일반적인 아파트 층고에도 어울릴 줄 몰랐어요.

장 프루베를 워낙 좋아해서 포텐스 조명을 비롯해 다이닝 공간에는 EM 테이블과 스탠다드 체어를 놓았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타임리스한 디자인인 것 같아요.

Q 또 특별한 가구가 있을까요?

다이닝 공간 벽면에 설치한 스트링 시스템은 제가 결혼하고 처음 산 가구예요. 2009년쯤 영국 쇼디치에 거주할 때 아내와 함께 스트링 시스템을 설치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엔 공간이 좁다 보니 저 선반을 화장대나 컴퓨터 책상으로 상황에 맞게 활용해야 했죠. 10년이 지나서야 이 집에서 장식장으로 쓸 수 있게 되었네요(웃음). 저와 아내, 그리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하나씩 채워진 이 선반을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저희 가족 모두의 취향이 녹아 있어 특별해요.

디렉터와 에이전트, 아티스트를 자유로이 오가며 일하는 누누의 허재영 대표. 10월 1일부터 DDP에서 열리는 장 줄리앙의 전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Q 아이방을 꾸밀 때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요?

널찍한 침대. 어른 싱글 사이즈로 침대를 제작했어요. 또 이사 올 당시에 나예가 만 두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아이가 지나다닐 수 있는 박공지붕 모양의 작은 문을 따로 달았어요. 지금은 사용할 수 없을 만큼 키가 컸네요.

Q 침실은 컬러풀한 거실과 사뭇 다른 분위기네요.

아늑한 일본 료칸 느낌을 내고 싶어서 단을 올려 방과 마루를 분리했고, 욕실 쪽엔 간살 문을 설치했어요. 침대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심플하게 마루 위에 올리고, 단 아래에는 수납할 수 있는 서랍을 짜 넣었죠.

Q 집 안 곳곳에 걸어둔 작품들이 궁금해요.

거실에 설치한 큰 작품 두 점은 2016년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장 줄리앙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가 라이브로 그렸던 작품들이에요.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즉흥적으로 그려낸 그림이죠. 다이닝 룸에 걸린 초록색 배 그림은 엔조 마리가 그린 건데, 장 줄리앙은 빨간 사과가 있죠. 침실에 있는 그림은 장 줄리앙과 마찬가지로 제가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친구,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의 작품이에요. 최근 알부스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전에 그렸던 것 중에 가장 큰 나무 그림이에요.

Q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으시다는 말을 들었어요.

대표님께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웃음). 일은 그냥 저의 라이프이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Q 함께 협업하는 브랜드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기준이 있나요?

사람이 제일 중요해요. 보통 자연스럽게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눈여겨봤던 브랜드가 알고 보니 아는 분이 한다던가 하는. 최근 까누누레 팝업을 함께 준비한 콘디토리 오븐 이소영 대표님이 그런 경우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라면 아예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스타일이에요.

Q 디렉터가 아닌 에이전트 역할을 할 땐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단순한 에이전트라기보다는 작가들과 코워커로 작업을 많이 해요. 클라이언트와 작가 사이에서 조율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죠. 아티스트는 자신의 권리를 더욱 보호받을 수 있고, 클라이언트는 작업물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래서 친구들과 일해요. 저를 믿어야 하니깐요.

Q 누누를 어떤 브랜드로 이끌어가고 싶은가요?

누누만큼은 평생 지켜가고 싶은 라이프타임 브랜드예요. 누누는 장 줄리앙과 저 두 사람으로부터 출발했고 누누의 이름도 장의 아들 ‘루’를 저의 딸이 잘못 발음한 것에서 지었듯이 말이죠. 먼 훗날에는 장 줄리앙의 아들 루나 저의 딸 나예가 대를 이어 브랜드를 꾸려갈 수도 있겠죠?

남산맨션 1층에 자리한 누누의 작업실. 곧 출시를 앞둔 샘플 제품도 보인다.


누누만큼은 평생을 지켜가고 싶은 라이프타임 브랜드예요.
먼 훗날에는 장 줄리앙의 아들 루나 저의 딸 나예가
함께 만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에디터 : 이승민  |   사진 :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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