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번지는 금융위기의 악몽..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이승용 sylee01@mbc.co.kr 2022. 10. 10. 08: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8년 여름 한국은행 발표입니다.

- 7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475.2억 달러로, 전월말에 비해 105.8억 달러 감소

- 외환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가 필요하였던 데다 기타 통화의 절하에 따른 미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한 데 주로 기인

-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6위 수준을 유지

2022년 가을 한국은행 발표입니다.

-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67.7억달러로 전월말 대비 196.6억 달러 감소

-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기인

-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8위 수준

14년 전과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 자료를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마치 같은 사람이 자료를 만든 듯 같은 문체에 내용도 아주 비슷합니다. 현재 상황이 워낙 유사하다 보니 자료도 그렇게 나온 것이겠죠. 그럼 미래도 같은 방식으로 전개될까요?

2008년 10월 외환보유액 역대 최대인 274억 달러 감소‥2022년 겨울엔?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됐습니다. 1,000원에서 1,050원 사이를 오가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나들기 시작했는데요. 2007년 말 원달러 환율이 936원 정도였으니 1년도 안 돼 원화 가치가 22% 폭락한 겁니다.

당시 한국은행과 정부가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를 풀면서 10월 한 달 동안 역대 최고 규모인 274.2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소모됐습니다. 남은 외화가 2,122.5억달러이니 한 달 만에 외환보유액의 10% 이상을 써 버린 셈인죠. 그 해 9월부터 연말까지 유출된 외화가 462억 달러에 달했다고 합니다.

올해 9월 한달 간 외환보유액 감소액이 196.6달러입니다. 2008년 10월에 이어 역대 2번째이니 아직 기록이 깨진 건 아닙니다. 올해 초 1,100원대이던 환율은 1,400원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원화가치가 20% 이상 폭락한 것이죠.

겨울을 맞아 석유, 가스값이 다시 급등하면 연말 대규모 달러 유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08년과 2022년 무역수지 대규모 적자

올들어 7월까지 무역수지는 150억달러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1/4분기에 분기 기준으론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난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 2백억 달러 가까이 흑자를 낸 것에 비하면 급격히 악화된 것인데, 대부분 석유 가스 원자재 등 수입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연말까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48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133억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는데 당시에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흑자를 내던 무역수지가 대규모 적자로 급변했습니다.

무역수지와 두바이유 가격을 비교한 관세청의 자료를 보면 2천 년대 이후 유가와 무역수지, 환율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가가 안정되어야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환율이 내려간다는 것이죠.

미국부터 경제위기 VS 미국 빼고 세계 금융위기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와 이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초대형 투자은행의 잇따른 파산과 대기업들의 무더기 도산, 주가와 부동산 폭락, 수백만 명의 실업자를 낳았습니다. 대공황 수준으로 불리는 미국발 금융위기는 유럽을 거쳐 아시아의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 사태로 번져나갔죠.

최악의 경기침체에 맞서 미국 연준은 '헬리콥터로 달러를 뿌리듯' 경기부양에 나섰습니다.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 예상보다 빨리 위기를 수습했죠.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에도 발단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금융위기 직전 금리인상이 부동산 급락의 촉발제로 작동했다면 이번엔 금리인상 자체가 문제의 본질처럼 지적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엔 미국 대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할 수 없는 공포가 극대화됐었습니다.

이번엔 '미국 경제가 너무 좋은 상황'에서 불거진 문제이기에 미국 이외의 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던 미국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1년 만에 0-0.25%로 급격히 낮췄는데요. 어쩌면 이번에도 4-5% 선까지 금리를 올린 뒤 다시 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환율 효과 없어진 한국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고 7일 발표했습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더욱 크게 감소했을 겁니다. 반도체 시장의 위축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죠. 경제위기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자 가격 경쟁력이 커진 수출기업들이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인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악화는 더 이상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습니다. 부총리의 "매우 낮다"는 강한 서술어에도 많은 사람들은 '외횐위기 재발 가능성'이란 주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말 위기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굳이 묻지도, 강하게 부인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죠.

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복합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민과 시장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안전판을 정부가 선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외환시장의 수급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에 외환스와프를 비롯해 이미 발표된 조치에 더해 안전판을 선제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6위 수준. 지금은(8월 현재) 8위입니다. 외환보유 규모에 안심할 게 아니라 대통령의 발표처럼 '외환 안전판의 선제적 확대'가 시급해 보입니다.

이승용 기자 (sylee01@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econo/article/6415496_35687.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