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오르간 매력에 빠져보세요"..순회연주하는 신동일 교수

김용래 2022. 10.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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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권위 샤르트르콩쿠르 우승 후 본고장 유럽서 실력 인정받은 오르가니스트
후학 양성하며 오르간 저변확대 힘써..내달 7일 롯데콘서트홀서 독주회
오르가니스트 신동일의 연주 모습 [영음예술기획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파이프오르간은 인류가 고안한 가장 복잡한 장치 중 하나로, 역사도 가장 긴 악기라고 할 수 있어요. 국내에서 어떻게 저변확대를 해야 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신동일 연세대 교회음악과 교수는 국내에서 얼마 되지 않는 '오르가니스트' 중 한 명이다.

2006년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 샤르트르 국제 오르간 콩쿠르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오르간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뒤 미국과 유럽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상급 오르가니스트다. 그러나 오르간 연주자와 팬층이 국내에서 두텁지 않은 탓에 클래식 팬들에게도 이름이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전문연주자이면서 연세대 음대에서 오르간과 교회음악을 가르치는 그는 11월까지 벨기에 출신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1822~1890)의 탄생 200주년 기념 투어 연주회를 국내에서 연다.

올해 예정된 총 세 차례의 연주 일정 가운데 최근 인천엘림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마친 신 교수는 오는 21일 목포 산정동 순교자기념성당과 내달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이번 투어는 생전에 생상스와 함께 당대의 1급 오르가니스트로서 명성을 날렸던 프랑크의 오르간곡들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벨기에 출신의 작곡가 프랑크는 국내에서 주로 바이올린 소나타와 교향곡이 연주돼 온 작곡가다. 파이프오르간의 매력에 입문하려는 클래식 팬이라면 세계에서도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는 그의 연주회에 한 번쯤 들러봄 직하다.

지난 6일 연세대 교정에서 만난 신 교수는 오르간의 매력을 쉽게 소개해달라고 하자 "단독 악기로는 오케스트라에 가장 근접한 악기"라고 설명했다.

한 번에 한 음만 나타내는 단선율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악기로 표현해야 하는 오케스트라의 선율까지도 모두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파이프오르간은 '악기의 제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울 남대문교회의 파이프오르간 [한국오르가니스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프오르간은 악기를 설치하는 게 아니라 짓는다(build)고 표현한다. 악기가 지어지는 공간에 따라 파이프의 규모와 모양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소리의 종류도 무한히 달라지는 것이 오르간만의 매력이다.

"유럽에서 지금도 연주되는 파이프 오르간들은 그 지역과 시대의 음악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르간이 지어진 당대의 사회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 연주하기가 어렵지요."

이런 이유로 파이프 오르간은 악기 중에서도 가장 학구적인 악기로 꼽힌다. 오르가니스트는 연주 일정이 잡히면 그 장소에 지어진 오르간의 구조는 물론, 오르간이 지어질 당시의 음악과 문화를 문헌을 찾아가며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른 클래식 악기 연주자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오르가니스트에는 이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이 때문에 그와의 짧은 인터뷰는 간추린 서양음악사 강의로 들릴 만큼 지적인 내공과 깊이가 느껴졌다.

"오래된 악기를 연주하러 갈 때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그 오르간이 지어졌을 당시 그 나라로 여행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오르가니스트들은) 연주해야 하는 악기가 항상 다르니까 그 악기와 당대의 문화적인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는 매력이 큽니다."

여러 단의 손건반과 발건반을 갖춘 파이프오르간은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기 때문에 건반악기와 관악기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손과 발로 건반은 물론 파이프를 고르는 '스톱'이라는 장치도 연주계획에 맞게 조정해야 하기에 대단히 정교하고 복잡한 악기다. 설치도 쉽지 않다.

일례로 롯데콘서트홀에 2016년 설치된 파이프오르간은 디자인과 도면제작에 9개월, 오스트리아에서 이뤄진 파이프 제작에 9개월, 운송 2개월, 설치 3개월, 조율 4개월, 테크니컬테스트 5개월 등 디자인부터 설치까지 2년이 소요됐고 비용은 25억원이 투입됐다.

흔히 파이프오르간이라고 하면 고색창연한 고(故)악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현재 제작되는 오르간들은 복잡한 연주 과정을 도와주는 첨단 전자장치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롯데콘서트홀 파이프오르간의 건반 [롯데콘서트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에는 파이프오르간이 세종문화회관, 롯데콘서트홀 등 일부 대공연장과 교회를 중심으로 전국에 180여 대에 불과하다. 반면에 유럽 가톨릭의 중심국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파이프오르간은 1만2천여 대에 달한다.

부산 출신인 신 교수는 중학생 때 잠시 들른 명동성당에서 오르간과 처음 조우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발군의 재능을 보였던 신동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부산시향과 협연을 할 정도로 실력이 성숙해 있었는데, 이모할머니를 따라 방문한 명동성당에서 벨기에인 신부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고 "바로 이거다"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향인 부산에 다시 내려가자마자 스승을 수소문해 배우기 시작한 그는 피아노에서 오르간으로 진로를 바꿔 연세대 교회음악과를 거쳐 프랑스 리옹과 파리의 국립고등음악원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을 거치면서 오르가니스트가 됐다.

프랑스 유학 후 10년간은 미국 보스턴과 댈러스의 교회에서 전문 연주자로 일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귀국해 모교에 정착했다.

올해 국내 팬들을 주로 만났다면 내년에는 해외에서 다양한 연주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미 프랑스, 중국, 대만 등지에서 빼곡히 연주 일정이 잡혔는데 특히 대만 순회연주에서는 생황 연주자 김효영과 함께 협연할 예정이다. 생황은 소리를 내는 원리가 오르간과 비슷해서 음색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신 교수는 오르간의 저변확대를 위한 프로젝트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국오르가니스트협회 이사장 자격으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국내 최초의 파이프 오르간 축제인 '오르간 위켄드'를 주최하기도 했다.

"국내에 파이프오르간의 고정 팬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유럽에 비하면 환경이 좋지는 않죠. 오르간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제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에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오르간의 매력으로 이끌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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