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씨들' 남지현 "욕먹겠다는 걱정 NO, 엄기준 사망 배우들도 놀라"[EN:인터뷰①]

황혜진 2022. 10.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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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배우 남지현이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연출 김희원) 촬영 비화를 공개했다.

남지현은 10월 9일 종영한 '작은 아씨들'에서 오 씨 집안 둘째 딸 오인경으로 분해 호연을 펼쳤다. 그가 연기한 오인경은 OBN 방송국 소속 기자로, 이성적이고 사명감이 투철한 인물이다.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남지현을 만났다.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두고 있던 남지현은 "드라마 촬영은 추석 연휴에 끝났다. 연휴에 잘 쉬고 그 주에 가족과 함께 방송도 봤다. 어머니는 6부까지 대본을 본 상태였고 다른 가족은 아직 아무도 못 본 상태라 생생한 리액션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집중해 보느라 별 말이 없었다. 끝나고 나서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 내가 가족한테도 스포일러를 진짜 안 하는 편이다. 방송 통해 보겠다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촬영은 6개월가량 진행됐다. 남지현은 "촬영 마쳤을 당시에는 끝났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반년 정도 촬영했는데 오래 찍었다고 느낄 때쯤 딱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머리 스타일에 변화를 준 이유에 대해 "예전에는 드라마 끝나고 여행을 많이 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못 갔다. 원래 머리에 염색하는 걸 좋아한다. 파마가 잘 안 먹는 머리라 확실한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머리에 예쁘게 브리지를 한 번 넣어봤다. 헤어 선생님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머리"라며 미소 지었다.

"마지막 회차 대본을 보면서도 '우와'라고 외치게 됐어요. 너무 재밌는 12개짜리 에피소드를 우리가 먼저 본 기분이었고, 시청자 분들께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방송을 보니까 순식간에 끝난 기분이 들었는데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에요. 12부작이지만 내용이 워낙 알차다 보니까 스스로 뭔가 못한 게 있어 아쉽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라고요."

'작은 아씨들' 속 남지현은 꾸미지 않은 수수한 직장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었냐는 물음에 남지현은 "처음에 감독님, 작가님과 미팅을 할 때는 머리카락을 더 짧게 자를까 생각하기도 했다. 문득 하려고 하니까 기자님들 중 그렇게까지 머리카락이 짧은 분은 생각보다 없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고 답했다.

이어 "원래 머리카락이 가슴 정도까지 길었는데 오인경의 경우 활동성이 두드러지는 캐릭터라 긴 머리 스타일을 하면 좀 무거워 보일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단계별로 잘라봤고 중간 길이가 통과됐다. 사실 극 중 머리를 풀었을 때보다 묶은 적이 많다. 고모할머니를 찾아뵐 때는 거의 다 묶은 상태였다. 해고 통보를 받은 이후에는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했다"고 덧붙였다.

기자 역할을 보다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싶다는 열망에 자문 기자의 조언도 적극적으로 구했다. 남지현은 "방송 리포팅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감독, 작가님이 미팅 후 자문 기자님을 구해 주셨다. 기자님에게 촬영 전 대면 리포팅 수업을 받았다. 리포팅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리포팅하는 자세 등을 봐줬다. 촬영 시작하고 나서는 기자님도 바쁘시고 나도 스케줄이 들쑥날쑥해서 자주 못 뵀는데 녹음본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았다. 리포팅 촬영 때는 기자님이 나와 주셨다. 시작하기 전에 몇 번 더 연습도 하고 포즈가 어색하지 않은지, 세팅은 보통 어떻게 하는지도 같이 봐 줬다"고 회상했다.

화제가 된 태풍 예보 장면 비화도 공개했다. 남지현은 "사실 그걸 찍을 때 되게 재밌었다. 실제로 그때 강풍기, 살수차가 왔다. 살수랑 강풍이 같이 되는 차가 있더라. 되게 대포처럼 생긴 살수차가 왔다. 감독님이 워낙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분이라 바람이 진짜 너무 세서 힘들거나 하지 않게끔 몇 번씩 테스트를 한 이후 촬영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재밌었다. 끝나고 OK 사인받고 모니터 쪽으로 갔는데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더라. 감독님이 진짜 재밌게 나왔다고 했다. 그 신이 너무 재밌더라. 하종호와 오인경이 진짜 웃고 싶어 그 영상을 찾아본 게 아닐까 그런 농담도 했다"고 설명했다.

오인경이 거센 태풍에도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며 멋들어진 뉴스 예보를 마치는 장면은 오인경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구현한 신이었다. 이후 수 차례 꺾일 법한 위기 상황을 맞닥뜨렸음에도 끝없이 버티는 캐릭터라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현실성이 떨어지는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남지현은 "처음에 대본 읽을 때부터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고민은 '이렇게까지 하나를 끈질기게 쫓아가는 사람이 진짜 있을까'였다. 이런 부분에 대해 약간 자신, 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자문 기자님이 사회부 소속이었는데 오히려 그런 사람이 기자를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한 가지를 끈질기게 쫓고 결국 해내는 사람,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이 물론 형식, 방식은 다를 수 있겠지만 기자를 하는 것 같다고. 그렇다면 제가 인경이를 연기하는 데 망설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경이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쫓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추상적, 관념적 정의, 올바름을 좇는 사람이었죠. 옆에서 누가 뭐라든 경주마처럼 제 갈 길을 가는 사람이었어요. 되게 현실 감각 없다고 생각되기 쉬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인경이는 1부부터 12부까지 한 가지 목표만 갖고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가 결국 12부에 자기가 원하는 걸 이뤄내요. 흔하지 않은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꼭 그런 캐릭터를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작은 아씨들'이면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했어요."

소신 있게 오인경을 그려나갔지만 이따금 길을 잃을 뻔한 순간도 존재했다. 번번이 힘이 된 건 배우들을 이끄는 선장과도 같았던 김희원 감독과 정서경 작가였다.

남지현은 "물론 가끔 나도 길을 잃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너무 잘 잡아주셨다. 찍으면서도 너무 감사할 때가 많았다. 초반부에 인경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가 생각보다 갈려서 주변에서 걱정을 하더라. 전작들은 모두의 응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그런 게 많이 흐려지다 보니까 주변에서 많이 걱정해주더라. 너무 감사했는데 난 예상했던 일이라 감사했고 오히려 기뻤다. 걱정은 좀 했다. 드라마에 피해가 되지 않을까. 근데 인경이가 욕먹는 건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희원 감독은 그간 MBC '돈꽃', tvN '빈센조' 등을 연출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남지현은 "아무래도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까 감독님이랑 이야기할 기회가 더 많았다. 우리 드라마 전개가 복잡한데 개인적으로는 감독님만큼 대본에 대해 많이 생각한 사람은 현장에 없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제일 많이 생각했고, 실제로 머릿속에 우리 드라마에 대한 생각밖에 없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게 현장에서도 잘 느껴졌어요. 궁금한 게 있어 질문할 때마다 망설임 없이 답을 해주셨고 '어떤 게 좋을까'라는 질문에 '이런 이유 때문에 더 좋을 것 같다'고 답해주셨어요. 정말 우리 현장의 대장이었어요. 중심을 딱 잡아준 인물이었죠.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너무 외롭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워낙 프로페셔널한 분이라 그런 생각은 한켠에 고이 접어두고 저도 열심히 준비해 갔어요. 인경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여쭤봤어요. 그런 질문들을 최대한 정리해 가져가기도 했죠."

이어 정서경 작가와의 소통에 대해 "작가님은 현장에 관해 전해 듣고 감상을 많이 이야기해줬다. 세 자매의 케미스트리와 관계성, 인경 캐릭터에 대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줘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대본을 써주신 분이 그렇게 즐겁게 보고 계신 것 같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행복했다. 작가님이 써주신 것을 바탕으로 다 같이 열심히 만든 보람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놉시스가 없었던 작품이라는 점도 독특했다. 남지현은 "처음에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시놉시스 없이 대본만 1~4부가 왔다. 그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시놉시스가 누락돼 안 보내준 줄 알고 물어봤는데 없다고 하더라. 앞에 제목과 작가님 성함 '정서경'이 적혀 있었는데 그 정서경 작가님인 줄 모르고 이름이 똑같은 분이라고 생각하고 봤다. 어떤 역할로 보면 될 것 같고 감독님은 누구라는 글이 담겨 있었다.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 진짜 거의 4부까지 쭉 읽었다. 알고 보니까 그 정서경 작가님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재밌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 감독님, 제작 PD님과 넷이 처음 만났다. 그때 작가님과 감독님 둘 다 오인경 역할이 되게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어떤 부분에서 어려울 것 같냐고 물어봤을 때 인경의 포지션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 감정에 치우친 대사보다는 정보 전달 대사가 많다 보니까 사건을 어느 정도 설명해 주고 현재 상황을 이야기해 주는 것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인경이는 일단 차갑고 이성적이면서도 뜨거운 열정을 가진 아이고, 이상을 좇으며 거침없이 진실에 다가가는 캐릭터이다 보니까 어려울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너무 공감했어요. 인경이를 그렇게 한 가지 목표를 정해놓고 달려가는 인물로 생각했어요. 어쨌든 가족이 베이스인 인물이라 그런 걸 생각하며 소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제 입장에서는 인주나 인혜가 모두 이해가 갔어요. 그래서 오히려 캐릭터 소화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죠."

흑막 캐릭터였던 변호사 출신 대선 후보 박재상(엄기준 분)의 사망 퇴장에는 남지현을 포함한 배우들도 놀랐다는 후문. 남지현은 "우리도 대본 보면서 '재상이도 가는구나'라고 말했다. 재상이까지 죽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남지현은 "정란회가 특정한 종교를 기반으로 한 건 아니다. 어떤 맹목적 믿음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긴 한 것 같다. 자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데 정란회의 경우 비뚤어진 욕망으로부터 시작한 거다. 마지막에 정란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이 나온다. 그런 걸 쭉 보면 사람이 비뚤어진 욕망을 잘못 갖게 되면 이렇게까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오씨 자매 등은) 엄청난 권력 구조 속에서 대항하는 소시민 느낌이 많이 나는데 사실 우리 드라마는 거기에만 갇혀 있지 않고 이야기가 점점 커진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마지막 회차 대본을 읽기 전까지 우리 드라마 장르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다 끝나고 나니까 블록버스터였다는 생각을 했다. 12화 대본까지 다 보고 감독님한테 '드디어 우리 드라마 장르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드라마 판타지 블록버스터 같습니다'라고 했다. 영웅이나 그런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은, 다양한 인간들의 판타지 블록버스터였다고 생각한다. 일단 스케일이 굉장히 커졌다"고 덧붙였다.

"'작은 아씨들'이 진짜 흔하지 않은 소재의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겪는 사건은 진짜 극적인데 그걸 겪는 인물들은 극히 현실적이거든요. 그 간극이 굉장히 큰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 간극에서 오는, 처음 느끼는 이질감 같은 게 있었어요. 저러한 사건을 겪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는 인물이지만 어떻게 보면 용감하기도 한 인물이었죠. 왔다 갔다 했어요. 근데 사건은 블록버스터나 판타지에서 일어날 법한 거대한 사건들이었어요. 그게 우리 드라마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평범한) 사람이 겪는 블록버스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700억 원이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을까요? 아직도 신기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매니지먼트 숲, tvN '작은 아씨들'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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