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화재청 태양광, 설치비 회수에 최대 697년 걸린다
혈세 수십억원을 투입해 공공건물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 중 설치비조차 회수할 수 없는 설비들이 무더기로 또 파악됐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설치비 회수에 430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 데 이어, 이번에는 문화재청 소관 공공건물에서 설치비 회수에 최대 697년이 소요되는 설비가 나왔다.
10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 소관 공공기관 19곳은 총 57억7387만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 중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설치해 아직 가동 일수가 1년 미만인 시설 10곳을 제외하고, 연간 발전량 및 관리·유지비를 산출할 수 있는 9곳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51만7536kW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생산량에 연도별 SMP(전력 도매 기준가)를 대입하면 연평균 4270만원의 전기료를 아낀 셈이다. 9곳 태양광의 총 설치비는 19억 4092만원이었다. 설치비를 회수하는 데만 평균 45년이 걸리는 것이다. 통상 태양광 발전시설의 수명은 20~30년이라 설치비조차 회수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설치비 회수 기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것으로 조사된 문화재청 소관 기관은 ‘697년’으로 나타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였다. 2014년 1억 8000만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을 설치해 한해 평균 약 25만원 정도의 전기료를 절감하고 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게 더 나았던 셈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좁아 태양광을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는 각도가 나오지 않고, 한쪽에는 벽이 있어 효율이 높게 나올 수 없었다”고 김 의원실 측에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2013년, 2015년 두 차례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는데 설치비 회수 기간에 각각 60년, 43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과 2018년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한국문화재재단도 각각 44년, 33년이 걸렸다. 첫 설치 이후 운영·관리 과정에서 경제성 분석만 했더라도 혈세를 또 들일 필요가 없었으나 오히려 설비를 늘린 사례였다.
다음으로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58년),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45년),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39년) 순이었고,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설치비 회수에 29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향후 관리·수리비가 늘어나면 이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를 막론하고 경제성 분석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은 그 자체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9월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상 정부·공공기관 시설의 일정비율 이상에 신재생에너지를 의무 설치하는 비율이 최대 40%까지 상향 되면서 지난해 신규 설치된 태양광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들 설비가 ‘가동 일수 1년’을 넘기는 내년이 되면 이 같은 문제 시설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소관기관의 태양광 발전시설은 이명박 정부 때 4곳(9억 8600만원), 박근혜 정부 때 5곳(6억 7492만원) 설치됐으나, 문재인 정부 땐 10곳(41억원)에 새로 생겼다.
김 의원은 “국민 혈세가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발전 효율과 경제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문화재청뿐만 아니라 모든 부처가 설치한 태양광 발전을 전수조사하는 한편, 현재 비현실적이고 천편일률적인 태양광 설치 의무비율을 소재지, 구조, 해당 지역의 일조량 등을 체계적으로 계산해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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