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 폭력까지 오간 새 교육과정 공청회..최종안 마련 가능할까
교육부 "협의체에서 쟁점 논의"..절충 어려워 갈등 지속 불가피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22 개정 교육과정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교과별 쟁점사항을 둘러싼 갈등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조정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봉합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인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시작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는 지난 8일 총론 공청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뒤늦게 시안이 공개된 음악 교육과정은 의견수렴과 동시에 오는 14일까지 전자 공청회가 진행된다.
앞서 각 과목 정책연구진은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접수된 국민의견을 바탕으로 교육과정 시안을 수정·보완했다. 수정·보완한 시안으로 교과목별 공청회를 진행한 후 5일간 소통채널을 통해 추가로 의견을 수렴했다. 3차례 이상 의견수렴 과정이 이뤄진 셈이다.
의견수렴 과정마다 각 교과목과 총론 시안에는 상반된 의견들이 쏟아졌다. 국민참여소통채널에서부터 수면 위로 드러난 갈등은 일부 교과목 시안 검토 공청회에서 고성과 폭력으로 번지며 공청회가 파행으로 치닫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역사 교과 공청회에서는 시민단체와 일부 참가자가 민주주의 서술에서 '자유'를 명시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건국' 표현을 포함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고성을 냈다. 앞서 역사과 교육과정 정책연구진은 국민참여소통채널에서 제시된 의견 가운데 6·25전쟁 '남침', '8·15광복' 표현 등을 넣으라는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수립'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도덕·보건 등 교과 공청회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성평등', '성소수자' 등의 표현을 '양성평등'으로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동성애 교육을 폐지하라'는 등 고성을 내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소란은 지난 8일 진행된 교육과정 총론 공청회에서도 재현됐다.
음악 교과 역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악계는 음악교과에서 국악이 홀대받고 있다며 국회 세미나를 여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책연구진은 국악계 반발에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두 가지(A·B) 안을 그대로 시안으로 제출했다. 국민참여소통채널에서는 양분된 의견이 계속해 접수되고 있다.
공청회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국민참여소통채널에 상반된 의견이 접수되는가 하면 관련 교육단체들도 연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국민의견 수렴은 새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교육부가 가장 앞세웠던 내용이었다. 기존 교원 중심으로 이뤄졌던 개정 과정을 개선해 국민의 폭넓은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다수 교과목에서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나면서 교육계에서는 개정 교육과정이 오히려 분열의 산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입장을 절충하기 어려운 데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선택적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어 향후 개정 과정에서도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수렴된 의견을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특정 집단이 몰려와 참여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박 교수는 교육부가 아닌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의견수렴 절차나 방법,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봤다. 교육부의 경우 정부 성향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정책연구진 선정, 의견수렴 과정이 편파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추후 이 같은 쟁점사항들을 각론조정위원회, 개정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봉합해간다는 입장이다. 이후 공청회와 수렴된 의견을 반영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수정안은 교육과정 심의회와 행정예고 등을 거쳐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받게 된다. 이후 교육부 장관이 12월 말까지 확정된 교육과정을 고시한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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