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할매입맛' 사로잡았다..살얼음 띄운 식혜 만든 배경

최아영 2022. 10. 1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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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커피 노미현 음료기획팀 매니저
노미현 이디야커피 음료기획팀 매니저. [사진 출처 = 이디야커피]
"식혜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음료라서 오히려 '맛있는 식혜' 찾기가 어려웠어요. 사람마다 맛있다고 느낀 식혜의 맛이 다 달랐거든요. 그 맛의 공통점을 찾아 대중적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만난 노미현(30) 음료기획팀 매니저는 이같이 말했다. 노 매니저는 기획한 '살얼음 식혜' 2종은 지난 여름 이디야커피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번 시즌 음료는 당초 오는 10일까지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소비자 호응에 힘입어 오는 24일까지 판매 기간을 2주 연장했다. 정식메뉴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 시즌 한정 메뉴로 출시한 살얼음 식혜 2종은 지난 4일 기준 누적 판매량 50만잔을 돌파했다. 하루에 1만잔 이상 팔린 셈이다. 빅히트 상품의 탄생 배경이 궁금했다.

먼저 노 매니저가 식혜를 고른 이유는 토종 커피 브랜드인 이디야커피만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앞서 이디야커피는 식혜에 앞서 쌍화차, 생강차, 복분자 뱅쇼 등 전통음료를 출시하며 토종 브랜드 확립을 위해 힘써왔다.

아울러 이디야커피가 현재 국내 커피 브랜드 중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한 만큼 폭넓은 고객층을 고려해야 했다. 식혜가 딱이었다. 이는 할머니 세대의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의미하는 이른바 '할매니얼'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노 매니저는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했다"며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식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노 매니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렸을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식혜 맛을 기억해 '맛있는 식혜'에 대한 기준이 달랐다"며 "식혜의 경우 재료는 간단해도 엿기름 발효도와 당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살얼음 식혜 2종. [사진 출처 = 이디야커피]
그는 시중에 판매되는 식혜를 찾아 거의 다 마셔보면서 맛을 비교했다. 그 중 주변에서 반응이 좋았던 제품 10여개를 추렸다. 각 제품의 특징들을 정리해보니 맛에 대한 선호도가 극명하게 나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도는 높지만 엿기름 풍미는 옅은 식혜와 엿기름을 충분히 발효한 전통 식혜로 호불호가 갈린 것이다.

노 매니저는 "너무 달지도 않게 적당한 선을 맞추기 위해 이 제품들의 장점만을 반영했다"며 "식혜의 은은한 단맛과 엿기름의 풍미를 살리면서 동시에 식혜 하면 떠오르는 살얼음을 넣어 제품성을 더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다. 식혜를 찾는 소비 연령대가 높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동안 몰랐던 식혜의 새로운 맛을 소개하려는 기획의도를 강조했다. 그는 "일반 식혜와 차별화할 수 있도록 식혜 특유의 제품성을 강조하면서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살얼음 띄우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획의도를 반영해 개발실에서 한라봉을 더한 새콤달콤한 살얼음 식혜가 탄생했다. 인삼, 도라지, 단호박 등 다양한 종류의 식혜가 있지만 전통음료의 통념을 깨고 신선한 한라봉으로 젊은층을 공략했다. 전통 음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뉴트로(새로운 복고) 제품인 것.

출시 직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우려와는 달리 10대부터 중장년층 소비자들까지 연령대와 상관없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식혜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10대들 사이에서도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힙한 전통'으로 통했다.

노 매니저는 "이번 식혜 판매량은 이전에 출시했던 전통음료 판매량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치의 약 3배를 웃돌았다"며 "개발실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많은 고생을 했는데,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내년에 창립 22주년을 맞이하는 국내 토종 브랜드 이디야커피. 노 매니저는 "늘 그래왔듯 이디야커피만이 표현할 수 있는 '전통의 새로움'을 발굴하고 다양하게 해석해 맛있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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