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위기에 LNG터미널 베팅 시작됐다.. 조선사 새 먹거리 기대

박정엽 기자 2022. 10.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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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LNG 늘리자 재기화설비(FSRU) 수요 급증
신흥국 LNG 프로젝트도 FSRU 못구해 발동동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미국 엑셀러레이트에너지로부터 4757억원(3억3000만달러)에 수주한 17만㎥급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1척이 용선처가 정해지지 않은 투기성 발주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발(發) 가스위기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이뤄진 주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앞으로 LNG운반선보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FSRU 시장도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앞서 엑셀러레이터에너지는 보유한 10척의 선대 중 1척을 9월 독일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또다른 1척을 올해 안에 핀란드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현대중공업이 2026년 말 넘겨줄 새 FSRU의 투입 지역은 밝히지 않았다.

그래픽=이은현

1척당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상선은 천문학적 금융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를 담당할 주체들과 배가 쓰일 곳을 미리 정한 뒤 건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특정 선종의 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용선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문을 내기도 한다. 발주처가 지금 배를 만들어 놓으면 곧 수익을 볼 것으로 확신하는 경우다.

FSRU는 최근 수년간 신조선 공급이 부족했다. 전세계 FSRU 건조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국의 대형 조선 3사는 지난 2018년 현대중공업을 마지막으로 수주가 없었다. 최근에는 한국 조선사에 LNG 발주가 몰리면서 단기간 내 추가 건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FSRU의 신규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신 LNG를 수입하고 있는 유럽에서 LNG를 다시 사용하기 좋은 가스상태로 만드는 수입 터미널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유럽의 LNG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70% 늘었다. 이는 북서부 유럽의 LNG 터미널 가동률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FSRU를 통한 추가 기화 용량도 필요하게 만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초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스시장보고서에서 올해 8월말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가능한 FSRU의 규모를 20여대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천연가스를 구할 수 없게 된 유럽이 LNG용 FSRU 확보에 나서면서 FSRU가 필요한 신흥국의 LNG 도입 프로젝트가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유럽과 별개로 FSRU 기반 LNG 도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던 남아시아·동남아시아의 신흥국은 FSRU 24척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후 유럽이 가스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12개의 FSRU를 확보하고 9개의 FSRU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을 발표하자 전세계에 남은 FSRU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제한된 FSRU 몸값은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해운업계에서는 FSRU의 일일 용선료가 2021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20만 달러를 기록했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업계는 FSRU 시장 활성화에 기대가 크다. 17만㎥급 LNG선이 척당 2억5000만달러 안팎인데, 지난 4일 계약된 FSRU는 같은 크기인데도 척당 가격이 3억3000만달러로 30%이상 비싸다. 또 오랜기간 발주 경쟁이 이어진 LNG운반선과 달리 FSRU 시장은 발주가 계속될 여력도 남아 있다. FSRU는 선박이라는 특성상 이동이 가능하고 LNG운반선 용도로 전용이 가능해 육상플랜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매매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FSRU를 개조하는 사업도 전망이 밝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건비가 낮은 싱가포르, 중국 업체가 주도하는 개조 FSRU 시장을 그룹 내 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이 개발한 중소형 LNG 재기화 모듈로 장악한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잠재 고객들에게 FSRU 개조 비용으로 척당 약 6000만~1억달러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중화권 업체 최저가의 60% 수준이다. LNG운반선으로 건조시설이 가득 찬 상황에서 조선소의 독(dock·선박 건조 시설)을 오랜 시간 할애하지 않아도 FSRU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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