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없다" 삼성전자 목표점은..마이크론·카옥시아 감산 선언과 대조

신건웅 기자 2022. 10. 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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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한파에도 감산 선그어.."업계 1위 원가경쟁력 자신감"
과거 치킨게임 재현될까..낸드 플래시 시장 재편 가능성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카옥시아 등이 잇따라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위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감산에 대해 선을 그었다. 생산량 유지는 물론 투자도 지속할 계획이다. 메모리 1위 업체로서 원가 경쟁력이 높고 시장이 되살아나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른바 '초격차' 전략이다.

과거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이길 때까지 피해를 무릅쓰며 경쟁하는 게임)'의 경험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D램의 경우 3사 체제가 공고히 굳어졌지만 경쟁자가 많은 낸드 플래시의 경우 원가 경쟁력이 약한 후발주자은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도체 한파에도 역발상…"감산 없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Samsung Tech Day 2022)'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황 침체로 주요 업체들이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금리, 경기침체 장기화로 스마트폰·컴퓨터·TV 등 전자제품 소비가 줄어들면서 세트업체의 반도체 주문이 급격히 줄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해온 서버 수요까지 꺾이면서 반도체 가격의 하락폭이 커졌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이 각각 13~18%, 10~15%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4분기에도 낸드 가격은 평균 15~20%, D램은 13~18% 떨어질 것으로 봤다.

얼어붙은 시황에 메모리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올 하반기 생산량을 줄이고, 반도체 장비 투자 예산을 30% 삭감하기로 했다. 일본 키옥시아도 이달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30%가량 줄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투자 조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내년 5세대 10나노급 D램, 2024년 9세대 V낸드 등 혁신 제품 양산에 박차를 가하며 후발주자들과 기술 격차 벌릴 계획이다. 다양한 고객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메모리 반도체 연구 시설도 전 세계에 걸쳐 짓기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

◇ 업계 1위의 자신감…"경쟁사 적자 내도 삼성은 흑자 유지"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지 않는 배경에는 업계 부동의 1위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삼성전자는 1993년부터 30년간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기술을 토대로 원가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 보니 다른 업체들은 적자를 내도 삼성전자는 흑자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올해 삼성전자 D램 이익률은 경쟁사 대비 5~10%포인트 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5세대 10나노 D램(5G 10nm DRAM) 1b 공정을 양산하면 4세대 14나노 D램(4G 14nm DRAM)을 생산하는 경쟁사보다 원가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D램 경쟁력은 판가 상승과 생산 확대에 의존하기보다는 원가 구조에 더욱 좌우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의 원가절감 폭이 3배 이상 확대돼 D램 마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1위라는 포지션상 택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원가 경쟁력이나 가격 협상력 등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요가 줄더라도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는 인텔이나 엔비디아 등 확실한 고객이 있기 때문에 피해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정

◇치킨게임 재현하나…판 흔들리는 낸드 시장

과거 치킨게임으로 업계 선두자리를 굳힌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반도체 하락 때마다 삼성전자는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2009년 독일의 D램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키몬다(Qimonda)'가 파산했고, 2012년에는 일본 '엘피다(Elpida)'가 손을 들었다. 삼성전자는 결과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했고 선두 지위를 굳혔다.

D램 시장에선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까지 3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 42.7%, SK하이닉스 28.6%, 마이크론 22.8%를 기록했다.

반면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도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YMTC 등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에서는 치킨게임이 벌어지면 낸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중국 YMTC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낸드 시장에선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세철 씨티그룹 상무는 "올 4분기 낸드 가격이 20% 이상 빠질 것 같다"며 "대부분 낸드 회사들이 '적자선언'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낸드 같은 경우에는 업체가 6개인데다 중국 YMTC 등이 있어 (치킨게임) 기조가 있다고 봐도 된다"며 "삼성이 과거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를 지속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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