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동물만이 후회한다"..후회라는 특권에 대해

2022. 10.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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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개국 2만여 명의 후회 분석..'네 가지 핵심 후회' 제시

[서평]



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다니엘 핑크 지음 | 김명철 역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1만8000원


“후회는 없다.”, “후회 없는 삶을 살자.”
  
당신은 사람들이 이런 삶의 철학을 선언하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 핑크는 이 책에서 그것은 말도 안 되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하며 후회가 인간에게 얼마나 필수적인지, 또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비즈니스 사상가로 시대를 선도하는 영감을 선사하며 동기 부여·설득·타이밍과 같은 냉철한 주제를 다뤄온 저자가 감정의 힘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인간에 대한 이해에 깊이를 더했다.
  
후회는 인간 삶의 기반이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후회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후회하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가는 고등 동물이다. 따라서 후회는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무기다. 다만 이 감정이 주는 고통스러움 때문에 후회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것이다. 즉 후회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 중 가장 오해받고 있는 감정이다. 
  
저자는 심리학·신경과학·경제학·생물학 연구를 바탕으로 후회에 대한 오해를 풀어 간다. 2020년부터 저자가 직접 진행한 두 개의 프로젝트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규모 팀과 함께 후회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에 관해 조사한 ‘미국 후회 프로젝트(American Regret Project)’와 온라인으로 105개국 1만5000명의 후회를 수집하고 분석한 ‘세계 후회 설문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동시에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확인했다. 여기에서 얻은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네 가지 핵심 후회’를 제시하고 원하는 삶을 얻기 위해 이 후회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정리했다.  

후회는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간 여행 능력’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결합한 결과로 나타나는 감정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연구에 따르면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5세 이하 어린이는 후회를 이해하지 못한다. 뇌의 안와전두피질에 병변이 있는 사람도 후회를 이해하지 못한다. 헌팅턴병·파킨슨병·조현병을 앓는 성인 환자들 역시 후회를 이해하지 못한다. 즉 후회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멘탈이 강한 게 아니라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추천의 글을 쓴 정재승 뇌과학자도 SBS ‘집사부일체’ 출연 당시 “후회는 실망과 다른, 고등 동물만 느끼는 감정”이라고 지적하며 후회 자체가 두려워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햄릿 증후군에서 벗어나길 조언한 바 있다.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저자는 인간 삶 전반을 지배하는 ‘네 가지 핵심 후회’를 발견했다. 후회의 표면적인 모습은 인생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하지만 그 심층 구조를 들여다보면 다음의 네 가지 핵심 후회를 찾아볼 수 있다. 건강·자산·교육 등 우리 삶의 기반을 형성하는 영역에 대한 기반성 후회, 용기를 내 도전하지 못한 데 대한 대담성 후회, 양심에 어긋난 행동을 한 데 대한 도덕성 후회, 배우자·부모·자녀·친구 등 소중한 인간관계가 망가질 때 발생하는 관계성 후회가 그것이다. 이러한 후회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보여주는 미러 이미지로 작동한다. 기반성 후회는 ‘안정’, 대담성 후회는 ‘성장’, 도덕성 후회는 ‘선함’, 관계성 후회는 ‘사랑’이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 가치들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니엘 핑크는 후회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이고 인간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열쇠라고 역설한다. 후회하는 능력은 고등 동물만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이 능력 덕분에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후회는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최적화’해 활용해야 하는 감정이다. 
 
우리는 어제의 내가 맞닥뜨린 후회를 발판으로 오늘의 나를 만들어 왔다. 내일의 나도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 온 인류의 놀라운 능력에 대한 과학적 증거이자 두려움 없이 후회하고 기꺼이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자는 희망찬 제언이다.

김정희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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