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전약후]현대 고혈압 약 개발 이끈 '뱀 독'..혈압 조절 시대 열어
브라질 살무사 추출한 독 성분 혈압 강하 효과..구조 규명 계기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고혈압 치료의 기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냥감의 숨통을 끊어놓는 뱀의 맹독에서 비롯됐다. 상대의 혈관에 독을 주입해 혈압을 떨어트리고 근육을 경직시켜 순식간에 꼼짝 못하게 하는 뱀의 생리에 고혈압 치료의 비밀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고혈압 환자는 약 1347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약 80%가 약물을 사용해 고혈압 치료를 받는 중으로 뱀독을 통한 발견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사실 고혈압은 처음부터 질병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혈액 순환을 위한 당연한 반응으로 여겨졌고, 개인간 차이가 있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고혈압이 뇌졸중과 심혈관질환의 주요 인자로 밝혀지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전환점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사망이다. 그는 1945년 4월 임기 중 뇌졸중으로 숨을 거뒀다. 평소 지병이 있었던 탓에 여러 연구진이 그의 이전 의무기록을 살펴봤고, 그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고혈압과 심장 이상 반응이 드러났다.
이 결과는 미국 전역에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 실제 후임인 트루먼 대통령은 1948년 '국가 심장법'을 선포하고, 고혈압 등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제 개발에 거액의 돈을 투자하게 된다.
이후 학계와 정부는 고혈압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연구들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고혈압 약물인 수분과 나트륨의 배설을 증가시키는 기전의 '클로로티아지드(Chlorothiazide)'가 부상했다. 그러나 이뇨증을 동반하는 부작용이 극복 과제로 남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온 약이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이다. 흥분할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대사 과정에서 이를 억제하고 혈압을 내리는 방안을 강구했다.
1964년 영국의 약리학자 제임스 블랙이 제시한 이 연구 결과는 당시 새로운 기전으로 고혈압 치료 시대를 열며 주목받는다. 블랙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1988년에 노벨 약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모든 약이 그렇듯 프로프라놀롤도 한계가 존재했다. 이 약을 복용하면 혈압 강하 외에도 기도가 좁아지는 현상이 발생해 천식과 같은 호흡기 환자들 치료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브라질 살무사의 독을 본따 만든 경구용 고혈압 치료 성분이다. 1965년 옥스퍼드 대학 존 베인 약리학 교수는 당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던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오 페레이라가 가져온 살무사의 독에서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연구 결과를 접한 미국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당시 스큅)의 데이비드 쿠시먼과 미구엘 온데티는 브라질 살무사의 독 성분인 '테프로타이드(teprotide)'를 상업화 가능한 고혈압 치료 약물로 개발한다.
단, 뱀 독을 사람이 먹는 약으로 바로 쓸 수는 없었다. 뱀 독의 경우 혈관을 통해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사람이 입으로 쉽게 먹을 수 있는 약이 필요했고, 온데티는 혈관을 통해서만 작용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성분 구조를 화학적으로 분석·변형했다.
그 결과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100개의 후보물질을 만들고 동물실험 등을 통해 '캡토프릴' 성분을 완성했다. 이 성분은 혈압 상승에 관여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ACE는 혈관을 수축 시키는 효소로 혈압 상승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오늘날 출시되는 다른 고혈압 치료제도 이 ACE를 직접 억제하거나 효소 결합을 방해하는 다른 단백질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결국 BMS는 1981년 이 약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하고, 선택적 베타 차단제를 통한 고혈압 치료에 막을 내렸다. 최초의 ACE 억제제인 캡토플릴은 동물 독에서 착안해 약이 된 첫번째 사례이자 현대 고혈압 치료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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