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약자 복지' 표방 尹정부,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늘린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윤석열 정부는 재정 현실을 고려해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이른바 '약자 복지'를 표방한다. 이전 정부가 '포용 복지'를 내세우며 사회 전반의 복지 확대를 추구한 것과 대비된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지난달 15일 브리핑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최약자부터 정성껏 챙겨야 한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강조하는 '약자 복지'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10여 년간의 복지 확대 정책을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복지'라고 비판했다.
조규홍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달 5일 취임사에서 '약자 복지 실현'이 복지부의 핵심 역할이라며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취약계층 위주로 복지 지원을 내실화하겠다는 기조에 따라 새 정부는 보건의료 정책에서도 건강관리에 취약한 국민을 우선으로 고려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를 위해 의료 복지가 필요한 국민이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재난적 의료비(Catastrophic Health Expenditure·CHE)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2013년 한시 사업으로 시작된 '재난적 의료비'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가구의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발생한 의료비로 가계가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영역에 대해 국가가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2013년 8월 한시적 사업으로 시작해 2017년 12월말까지 시행됐지만, 지속적인 사업 요구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6개월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그해 7월부터 본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국내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 100% 이하이고 재산(주택, 건물, 토지 등) 과세표준액 합산 5억4천만원 이하인 가구이면서 의료비 부담이 연간 가구 소득의 15%를 초과하는 경우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의료비가 80만원을 초과할 경우, 또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에서는 의료비가 160만원을 넘길 경우 지원 대상이 된다.
기준 중위소득 100∼200%에 속한 가구는 의료비가 연 소득의 20%를 초과하면 개별심사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대상 질환은 입원의 경우 모든 질환이지만, 외래는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희귀질환·중증 외상·중증 화상 등 6대 중증질환에 한한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비율은 2021년 11월부터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개선해 소득수준에 따라 50∼80%로 차등 지급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본인 부담 의료비(건강보험 적용 본인부담금 제외)의 80%까지 지원받는다.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는 최대 70%를, 기준 중위소득 50% 초과 100% 이하 가구는 60% 범위에서, 기준 중위소득 100% 초과 200% 이하 가구는 50% 범위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연간 2천만원이던 지원 한도는 작년 11월부터 3천만원으로 올랐는데, 개별 심사를 통해 최대 1천만원까지 추가 지원받을 수 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가 능사인가
정부는 2023년부터 재난적 의료비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지원 대상과 한도 금액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의료비 부담이 연간 가구 소득의 15%를 넘는 경우 지원 대상이지만, 이를 10%를 초과할 경우로 바꿔 대상 범위가 커진다.
재산 기준도 과세표준액 5억4천만원 이하에서 7억원 이하로 완화한다.
지원 대상 질환은 입원 혹은 외래 6대 중증질환(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질환, 중증 화상, 중증 외상)에서 모든 질환으로 넓힌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상한 금액은 연간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취약계층에 대한 빈틈없는 의료비 지원과 여기에 드는 건강보험 소요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각종 의료비 지원제도를 통합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현재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뿐 아니라 본인부담상한제도(과도한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일정 금액을 초과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에 대한 의료비 환급 제도),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제도(진료비 본인부담이 높은 중증질환, 희귀질환,중증난치질환 등에 대한 본인부담률 경감제도) 등의 여러가지 의료비 지원제도가 있다.
하지만 이들 제도가 개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지원기준이 상이해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연구원 선정연 부연구위원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개선 방향'이란 연구보고서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과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이런 의료비 지원제도들을 빈틈없이 재설계해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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