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눈앞]벼락치기 했던 국산 치료제·백신..기초체력 다질 때

송연주 2022. 10. 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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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글로벌 네트워크 넓힌 백신…부족한 역량 노출한 치료제
"적은 예산 나눠주기 식 정부 지원 아쉬워"
"복지부, R&D 예산 주도권 가져야…민간 펀드도 활용해야"
"다시 기초체력 키워야 할 때…많은 글로벌 임상 경험 필요"


[서울=뉴시스] 송연주 황재희 기자 = 3년 가까운 코로나19 팬데믹의 기간 동안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서 소수는 성공했고, 많은 경우 중도 탈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러운 바이오 붐이 일었지만, 반대로 지금 바이오 산업이 과도한 불신을 받게 된 중심에도 코로나19가 있다.

전문가들은 3년이란 '벼락치기' 기간은 기초체력이 약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뚝딱 신약(치료제·백신)을 만들어내기에 부족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다시 기초체력을 쌓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적은 예산을 나눠주기 식으로 운영했던 정부의 지원도 기술력 있는 곳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넓힌 백신…부족한 역량 노출한 치료제

그럼에도 백신 개발의 역량은 코로나19를 통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은 이 회사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개발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이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대한민국을 코로나19 백신 개발국에 합류하게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과 전염병예방백신연합(CEPI)으로부터 개발비를 지원받아,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공동 개발했다. 이러한 교류 속에서 만들어진 스카이코비원은 다시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밖에 유바이오로직스, 아이진, 셀리드, 에스티팜 등이 계속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팬데믹 기간에 백신을 개발해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을 뿐 아니라 기술 개발 과정에서 빌게이츠재단, CEPI 등 상당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았는데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고 평가했다.

반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선 아쉬운 신약 개발 역량이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굵직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에 나섰지만 셀트리온이 작년 2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조건부 허가받은 이후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주사제인 항체치료제는 특성상 팬데믹이 심화될수록 활용도가 낮아져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 시 사용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먹는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졌다.

제약사들은 기존에 있던 약의 코로나19 치료효과를 검증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나섰지만 줄줄이 임상 중단을 선언했다. 아직 중단하지 않고 계속 개발 중인 기업으로는 일본 시오노기의 물질로 공동 개발하는 일동제약, 식물인 담팔수의 추출물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제넨셀, 구충제로 쓰이는 니클로사마이드의 흡수율을 개선한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이던 피라맥스로 임상 중인 신풍제약 등이 있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는 "바이러스를 직접 사멸하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는 전무하다"며 "마치 벼락공부 하듯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국내 제약산업의 규모도 미국에 비해 매우 작고, R&D 투자 수준도 부족하다. 여전히 요원한 기초체력의 한계를 확인하게 된 계기다"고 말했다.

"적은 예산 나눠주기 식 아쉬워…복지부 R&D 예산 주도권 가져 규모 키워야"

이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대목 중 하나로 미미한 예산을 나눠주기 식으로 운영한 정부의 지원 방식이 꼽혔다.

정부가 작년까지 2년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임상시험 지원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3000억 원대다. 이와 달리 미국이 초고속 작전(OWS)을 가동해서 모더나 한곳에만 지원한 연구개발비만 1조원 이상이다.

정 교수는 "3년 간 우리 정부의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적은 규모의 예산을 적당히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면서 "이 정도 지원으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30조원 상당의 정부 R&D 예산 중 생명과학 분야에는 낮은 비중으로 배분되고 있다"며 "특히 보건 분야 R&D는 보건복지부가 주도권을 가져 예산을 만들고 연구 관련 결정도 내려야 하는데, 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행하고 있다. 복지부가 재량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역시 "정부 예산은 기술력 있는 곳을 선별해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쓰여야 한다"며 "적은 예산을 기술력 없는 기업들에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없다. 또 민간자본(펀드)을 많이 활용하면 정부의 부담이 훨씬 덜어져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기초체력 키워야 할 때…많은 글로벌 임상 경험 필요

기업들은 도덕적인 재무장과 함께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유럽의 제약기업이 빨리 개발해낸 건 많은 임상시험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며 "국내 기업은 아직 많은 임상시험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주먹구구식 임상 디자인이 아닌 허가용 임상 디자인을 만들고, 1~2차 평가지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기초체력을 다지면 2~3년 후엔 글로벌 신약이 나올 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코로나19 때 부화뇌동해 주가 올리기에 열중한 기업들은 반성 후 도덕적인 재무장을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구를 할 기관에 기능과 권한을 부여해 의약 주권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 교수는 "백신의 경우 국립보건연구원의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같은 곳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백신은 이익이 별로 남지 않아 제약기업들이 잘 안 만든다. 이런 연구기관에서 제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기능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hj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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