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불황, 파운드리는 호황.. 반도체 판이 바뀌었다

이벌찬 기자 2022. 10. 10.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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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삼성·인텔.. 격화되는 반도체 삼국지
TSMC, 창업 35년만에 세계 1위
파운드리가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
메모리 1위 삼성·인텔 아성 넘어
중국 난징 TSMC 공장./AFP 연합뉴스

“TSMC는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가 쌓이고 주문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 침체기를 피해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일(현지 시각) “TSMC의 3분기 호실적은 최대 고객사 애플의 ‘아이폰14′ 출시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렇게 평가했다. 애플은 신작 아이폰14프로와 프로맥스에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반도체 칩을 탑재하고 있다. TSMC는 스마트폰 외에도 자동차·IT 기기 분야에서 1000곳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1987년 창업한 TSMC가 실리콘밸리의 원조인 인텔과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반도체의 최강자에 오르면서 파운드리가 반도체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주문받은 반도체를 단순 생산하는 공장으로 취급받았지만 지금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산업은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오가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향후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C인사이츠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2020년 873억달러에서 2025년 1512억달러(약 2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다운(하락) 사이클’은 최소 내년까지 이어지는 반면 파운드리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세계 반도체 대전(大戰)은 ‘파운드리 대전’이 되고 있다”고 했다.

◇투자 경쟁 가속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기업의 장비 투자 비중은 파운드리 분야가 53%, 메모리 분야가 32%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 3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 TSMC, 인텔은 수십조원을 쏟아부어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신설하려는 공장들이 전부 파운드리 공장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고, 연내 공장 기공식을 열 계획이다. TSMC도 12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인텔 또한 지난달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경제안보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520억달러(약 73조원) 보조금을 내걸며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을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파운드리 투자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올해보다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인텔은 향후 10년간 유럽으로 기지를 확대하며 800억유로(약 109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고, TSMC는 일본과 독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다. TSMC가 올해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금액은 무려 440억 달러(약 62조원)에 이른다.

◇ 소수점까지 겨루는 ‘나노 경쟁’

반도체 초미세 공정 기술 경쟁도 파운드리 분야에서 가장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을 시작했고, TSMC는 연내 3나노 양산을 앞두고 있다. 3나노 공정에서 삼성은 업계 최초로 차세대 기술(GAA·Gate All-Around)을 적용하며 기술력을 증명한 반면, TSMC는 시험 생산에서 3나노 공정 수율이 80%에 달했다고 맞받았다.

반도체 기업들의 미래 기술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TSMC는 1.4나노 공정 연구개발팀을 지난 6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나노 양산도 시작하지 않은 시점에 1.4나노 공정 개발에 나선 것이다. 삼성도 TSMC를 잡기 위해 1.4나노 공정을 2027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에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3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2나노와 1.8나노 공정을 각각 2024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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