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펀드 기여금 확대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들

기자 2022. 10.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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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차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행사에 참석한 후 사용한 비속어가 논란거리가 됐다. 비속어 사용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대한 사과도 없고 이 해명 내용 자체도 논란이지만 그에 더해 필자의 귓가를 때린 것은 “저개발국가 질병퇴출”이라는 배경설명이다. 요즘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발전과 부흥을 하고 있는 상태의 나라라는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 신흥경제(emerging economies)라는 표현을 쓰지, “저개발국”과 같이 개발이 뒤처져 있는 낮은 상태에 대해 확정하는 표현은 삼간다. 입장을 바꾸어 경제력이 앞선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향해 “저개발국”과 같은 표현을 쓴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우진 뉴저지주립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다음으로 생각해봐야 할 점은 “예산에 반영된 1억달러 공여약속을 하고 간단한 연설을 했습니다”라는 부분이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기회를 얻기 위해 우리나라 개발협력 재정을 보건, 특히 글로벌펀드라는 협소한 분야에 편중되게 하지는 않을지 우려하게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접촉기회를 얻기 위한 소프트 파워의 도구로 글로벌펀드 기여금을 확대하기에 앞서, 국제빈곤감소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예산 분배에 대한 분석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설 후 치러야 할 비용인 3년간 1억달러(약 1409억원)는 내년 ODA 예산 4조5450억원의 3%에 가까운 규모이고 이는 앞으로 3년간 지원규모를 지금의 네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 재원은 정부 출연과 국제선 탑승객이 내는, 비교적 조세저항이 적은 출국납부금이지만, 감염병·물가·환율 영향으로 해외여행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약한 예산은 늘어났으므로, 국회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글로벌 국제질병퇴치 사업에 233억원이 편성되어 있는데, 이 예산으로 글로벌펀드뿐 아니라 세계백신면역연합 등에도 기부를 해야 하므로 예산증가가 600억~700억원은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ODA 예산을 경제수준에 맞게 늘려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도적 책무를 다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전 지구적 빈곤 감축의 큰 그림에 어떻게 기여할지 질적인 면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며, 그에 따라 300개가 넘는 국제기구 중 어떤 기구를 지원하고 어떤 분야에 얼마나 예산을 편성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펀드와 세계백신면역연합은 수직적 기금(Vertical Fund)으로 불리는데, HIV/AIDS와 같은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지원한다. 따라서 각 국가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지원을 제공하는 지역기반의 수평적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 수직적 기금은 기존의 관료주의적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성과중심적인 점은 장점이나, 국제개발협력을 분절화하고 파트너 국가의 행정비용을 증가시키며, 좁은 분야적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분야의 재원을 쓰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한 국가의 빈곤은 다차원적,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한정된 재원하에서 단기간에 성과측정이 가능한 보건분야 특정질병에 대한 막대한 자금 투입은 단기간 성과측정이 어려운 농업과 같은 타 분야의 재원을 축소시키고 분야 간 개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우진 뉴저지주립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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