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0.81,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2022. 10. 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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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다르게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일찍 운동을 시작해 아주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건강한 몸으로 젊었을 때 아이를 두 명 정도 더 낳는 것이다. 첫아이 때는 난산, 둘째 아이 때는 임신성 당뇨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이후에도 일하는 엄마로 아이들을 키우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만큼 소중하고 보람찬 일도 없었다. 이 행복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점점 심화되는 저출산 문제에 괜스레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개인의 가치관은 모두 다르고 엄마가 되는 것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라면 우리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효과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0년 매일경제가 취업포털 사이트와 2030세대 미혼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출산 의향이 없다고 답했으며 의향이 있어도 출산이 부담스럽다고 말한 응답자는 전체의 80%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부담은 단지 자녀의 양육비 같은 단편적 문제가 아니다. 양육비를 위해 더 일하는 부모와 자연스레 줄어드는 개인 시간, 이와 반비례하여 커지는 가사·육아 부담 등이 모두 연결돼 있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보다 부모가 되어도 양질의 삶을 누리고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올해 발표된 서울시의 저출산 정책이 '엄마·아빠의 행복'을 위한 육아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웠다. 이는 당장의 가사와 육아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회·경제 활동에서의 성평등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를 갖길 원하는 난임 가족에 대한 지원도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지원 대상에 나이 제한을 없애는 것은 물론 더욱 근본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생애주기와 사회활동까지 고려한 난임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령대별로 꼭 필요한 생식기 건강관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관련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가임력 보존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깊이 공감한다.

10월 10일 오늘은 임산부의 날이다. 풍요와 수확의 달인 10월에 임신기간 10개월을 더해 정해졌다. 우리 모두 축복받는 임신과 출산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임산부를 바라볼 때 생명을 탄생시키는 경이로움과 존중에 그치지 않고 출산 후에도 행복한 엄마로서 미래 세대를 잘 키워낼 수 있도록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이는 정책적인 변화에 더해 기업의 지원 그리고 저출산의 근본 이유와 그 심각성을 이해하는 우리 각자의 노력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노력으로 0.81명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출산율 눈금을 조금 더 오른쪽으로 기울일 수 있길 바란다.

[김소은 한국오가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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