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권좌 10년 더 간다.. 중국 손절하는 홍콩 갑부 리카싱 [최유식의 온차이나]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2022. 10. 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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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차 당대회 보름 앞두고 홍콩 호화아파트 단지, 중국 국유상업은행 주식 등 잇달아 처분
'시진핑 장기집권 하 중국, 홍콩에 미래 없다'는 의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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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최고 부호 리카싱(李嘉誠)이 이끄는 청쿵그룹이 지난 9월말 홍콩섬 미드레벨의 한 호화 아파트 단지를 싱가포르의 한 자산운용사에 통째로 팔았다는 소식에 요즘 중화권이 들썩입니다.

미드레벨은 홍콩 호화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이죠. 거래 규모가 27.3억 유로(약 3조8000억원)로 홍콩 역대 최고가 부동산 거래라고 합니다.

◇가격 30% 할인, 서둘러 매각

아시아 최고가 주택이 즐비한 홍콩이니 당연히 관심을 끄는 측면이 있지만, 시점이 묘해요. 그동안 중국 대륙과 홍콩 내 자산을 줄기차게 처분해온 리카싱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3번째 임기를 결정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표 대회를 보름 앞두고 다시 한번 일을 낸 겁니다.

중국의 한 매체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리카싱이 또 팔고 팔고 판다고?”라는 제목을 달았더군요.

청쿵그룹이 싱가포르 자본에 매각한 홍콩섬 호화 아파트 단지 '보렛 로드 21'. /Qi-Homes

이번 거래는 평당 가격이 시세보다 30%가량 저렴했다고 해요. 청쿵그룹은 전체 거래 금액의 절반가량을 사는 쪽에 융자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서두른다는 느낌을 준 거래였어요.

◇시진핑 집권 첫 해부터 시작

리카싱은 개혁개방기에 누구보다 중국 대륙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취임한 첫해인 2013년부터 중국 대륙과 홍콩 내 자산을 줄줄이 처분하기 시작했어요. 2018년까지 팔아치운 자산이 2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합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의 유명 상업용 부동산을 대거 처분했어요.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영국 등 유럽에 투자했습니다. 수력, 전력, 이동통신, 에너지 등 유럽 인프라 분야에 돈을 쏟아부었어요. 청쿵그룹은 작년 전체 매출의 55%가 유럽에서 발생했고, 중국 대륙에서 발생한 매출은 10%에 불과합니다.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이 2007년 2월 영국 캠브리지대학 캠퍼스에 있는 리카싱센터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여왕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리카싱 회장은 1995년 이후 영국의 전력, 이동통신, 에너지 분야에 5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허치슨왐포아해상자위대

중국 당국은 겉으로 표시는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불쾌함을 표시한 적이 있어요. 관영 신화통신 산하의 한 매체는 2015년 “리카싱이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조용히 철수하는데, 이건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리카싱은 자산 매각을 멈추지 않았어요.

지난 수년간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등 중국 내 민간기업 창업주들은 중국 당국의 손보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리카싱은 이미 시 주석 집권 직후부터 이런 흐름을 미리 예상하고 발 빠르게 자산을 처분했던 것으로 보여요.

◇중국 국유은행 주식도 처분

리카싱은 2020년부터 영국 내 자산을 대거 처분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가치 하락, 인프라 시설 국유화 논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손실 등을 감안해 자산을 현금화한 거죠.

당시 중국에서는 리카싱이 다시 중국 대륙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허망했어요. 리카싱은 그 이후에도 상하이, 청두 등지의 부동산을 계속 팔았습니다. 작년 한 해에도 중국 내 보유 토지 11만평을 처분했다고 해요.

코로나 19 팬데믹이 터진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은 계속 침체 상태에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크게 떨어졌죠. 과거 같았으면 리카싱이 돈을 싸들고 중국 대륙 시장에 뛰어들었을 겁니다.

상하이 도심 징안구에 있는 센추리 광장. 리카싱의 청쿵그룹은 올해초 이 상업용 부동산을 35억 위안(약 7000억원)에 매각했다. /텅쉰망

청쿵그룹이 홍콩 호화 아파트단지를 매각한 다음 날인 9월29일엔 리카싱기금회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우정저축은행 주식 5만주를 팔았어요. 이 은행은 중국의 국유상업은행입니다.

리카싱기금회는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자산 처분이 계속되는 데 대해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요. 시 주석 장기집권 체제하의 중국과 홍콩에 대해 그만큼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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