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시위' 강경진압에.. 佛·네덜란드, 자국민 철수령
프랑스 "강요된 진술" 강력반발
네덜란드와 함께 자국민 철수령
벨기에 의회, 머리카락 잘라 "연대"
캐나다, 이란 혁명수비대 포함
1만명 넘는 관료 입국금지 조치
이란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4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서방국가들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란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을 각종 혐의로 체포하고, 프랑스와 캐나다 등은 이란 인사들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거나 이란 내 자국민에게 즉각 출국을 권고하고 나섰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6일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지난 7일(현지 시각) 이란에 있는 자국민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란을 떠나라고 권고했다고 BBC가 이날 보도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란에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체포, 임의 구금, 불공정 재판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상황이고 관광객도 마찬가지”라며 “체포나 구금될 경우, 기본권에 대한 존중이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전날 이란 국영방송이 프랑스인 커플 한 쌍이 프랑스 정보국 요원이라고 자백하는 영상을 공개한 직후 나왔다. 이들은 지난 5월 스파이 혐의로 이란에서 체포됐다. 이란 정부는 영상에서 “이들이 많은 돈을 들고 이란에 들어와 반정부 시위와 파업에 기금을 댔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강요된 고백”이라며 반박했다. 이란 당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히잡 의문사 사건 시위 관련된 혐의로 체포된 외국인은 총 9명이다.
캐나다는 이란 군과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에 나섰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7일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와 지도부 포함, 1만명 넘는 이란 관료들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두고 “이들이 테러리즘과 구조적 인권침해에 연관됐기 때문”이라며 “IRGC에 대한 전 세계 규제 중 가장 강력하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또 지난 2020년 IRGC가 테헤란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한 사건에도 추가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사망한 탑승객 176명 중 138명이 캐나다 교민이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란 체제는 인권에 대해 존중이 없다는 걸 계속해서 보여준다”며 “캐나다는 이란과 세계 각국에서 행진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의와 자유의 이름으로 연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또 캐나다에 있는 이란 커뮤니티를 향해 “우리는 당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그게 오늘 이렇게 강한 제재를 도입한 이유”라고 했다.
이란 정부를 향한 압박과 시위대에 대한 국제적 연대도 확산하고 있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은 지난 6일 아미니를 명예 시민으로 지정하고 아미니의 이름을 딴 추모 장소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고 시장은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을 기리고, 그래서 이들을 잊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파리는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운 사람들을 지지할 것이고, 이런 여성들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경계가 없다”고 했다.
지난 6일 벨기에 의회에서는 하자 라비브 외무 장관과 의원들이 의회에서 연대의 뜻으로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앞서 지난 4일 유럽 의회에서도 스웨덴 의원이 발언에 앞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미국도 이란 시위와 관련 새 제재를 도입했다.
이란 출신 노벨 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는 최근 독일 도이체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에 “테헤란 현지 독일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해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영사급으로 격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바디는 2009년 망명해 유럽에 머물고 있다. 그는 “경제적 제재와 군사 개입은 이란 국민들을 희생시킨다”며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이란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란 내 시위도 더 격화하고 있다. 지난 8일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강연을 위해 테하란에 있는 알자흐라 대학을 방문하자 학생들이 강연장을 둘러싸고 “라이시, 꺼져라”를 외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 이란 국영방송 채널은 이날 생방송 도중 해킹을 당해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이 불타고 얼굴이 조준되는 장면이 수초간 방송됐다. 영국 BBC방송은 “하메네이에 대한 반발을 드러내는 건 이란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피에 잠긴 테헤란’이라는 제목과 함께 분수를 빨갛게 물들이는 예술가들의 시위 사진도 소셜 미디어에 공유됐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시위 관련 최소 185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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