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 구원자' 벌집나방 애벌레
자연계에 사는 한 나방의 애벌레 침 속에 비닐봉지나 페트병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해할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해를 위해 인위적으로 고온 환경을 만드는 것 같은 사전 준비도 필요 없어 쉽고 빠르게 지구 환경을 구할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연구진 등은 지난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소충’이라고도 불리는 벌집나방의 애벌레 ‘왁스 웜’(사진)의 침 속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연구진 분석 결과, 왁스 웜의 침 속에는 ‘페놀산화’ 계열에 속하는 효소가 들어 있었다. 이 효소는 플라스틱 가운데 폴리에틸렌의 구조를 빠르게 해체하는 기능이 있다. 폴리에틸렌은 비닐봉지의 주원료다. 가공이 쉬워 페트병을 만드는 데에도 쓰인다. 비닐봉지와 페트병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폴리에틸렌을 효과적으로 분해할 방법을 찾는 것이 과학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연구진이 그런 요구에 다가가는 발견을 해낸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효소가 가진 중요한 특징은 특별한 전처리, 즉 플라스틱을 분해하기 위한 까다로운 환경 조건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상온에 방치해도 효소는 얼마든지 플라스틱을 먹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물질을 포착했지만, 반드시 고온이 필요해 실용성이 떨어졌다. 높은 온도를 만들 쓰레기 처리장이 있어야만 플라스틱 분해가 가능하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상온에서도 제 몫을 다하는 새로운 효소의 ‘먹성’은 플라스틱 분해 효과를 높인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자연계에서 분해되려면 수백년이 걸리지만, 이 효소에 닿은 플라스틱은 수 시간이면 분해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가 어떤 과학적인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지는 자세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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