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의 '굴욕'

최희진 기자 2022. 10. 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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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주가, 고점 대비 80% 폭락..공모가 기준으로도 '반토막'
윤호영 대표 "사과"..투심 흉흉 '케이뱅크' 연내 상장 불확실성 커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주가가 공모가(3만9000원)의 절반 아래로 떨어지는 등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상장을 추진 중인 케이뱅크도 원하는 가격대로 증시에 입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로 기존 시중 은행과 차별화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은행과 플랫폼의 양 측면에서 모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지난 7일 기준 8조7462억원으로 금융 대장주인 KB금융(18조7684억원)보다 10조원가량 적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8월6일 시총 33조1620억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업종 대장주로 올라섰지만, 1년2개월 만에 시총이 73.6% 감소하는 굴욕을 맛봤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일 자사 주가가 2만원 선을 깨고 신저가인 1만8350원에 거래를 마치자 윤호영 대표 명의로 사과 메시지와 함께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표는 내년 초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회사가 자사 주식을 취득한 뒤 소각,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또 자신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성과 평가 항목에서 주가에 기반한 평가 비중을 높여 주가 관리가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화긴축 때문에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 중 대출 이자 비중이 약 79%에 이르는 ‘은행’이어서 대출 성장이 회사 성장과 직결돼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시장 침체로 전세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금리 상승으로 신용대출이 역성장하면서 카카오뱅크의 대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했다”면서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종전 2만4600원에서 1만6200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또 다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공모가를 산정할 때 참고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케이뱅크의 연내 상장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의 자회사 BC카드가 최대 주주인 케이뱅크는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6개월 이내인 내년 3월 말까지 상장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증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시장은 케이뱅크가 원하는 가격과 투자자 눈높이의 차이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가들이 예상하는 케이뱅크의 기업공개 가격은 시가총액 4조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KT 경영진의 목표는 최소 7조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원하는 규모의 투자를 받으려면 상장 시기를 좀 더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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