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해야 할 공공기관, 정작 'ESS' 꺼려

박상영 기자 2022. 10. 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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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변전소에 위치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 한국전력 제공.

에너지 수급난이 현실화되면서 공공기관은 다음 달부터 난방온도를 17도로 제한하는 등 전기 절약에 나서기로 했지만 정작 요금을 아낄 수 있는 수단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에는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ESS를 설치했더라도 화재 위험을 이유로 실제 가동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ESS 적극적인 설치를 권장해왔던 정부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공기관의 ESS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ESS를 설치한 공공기관은 70곳에 그쳤다. 의무적으로 ESS를 설치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353곳인 점을 고려하면 설치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설비로 날씨·시간에 따라 발전량 차이가 큰 태양광·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한 필요하다.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사용하는 만큼 전기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초 정부청사에 18대의 ESS 구축계획을 발표하면서 연간 전기요금을 약 10억원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정부도 공공기관 ESS 설치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정부는 2016년부터 공공기관 중 계약전력이 1000(킬로와트)kW 이상의 건축물은 계약전력의 5% 이상 규모의 ESS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반면, 공공기관들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로 인해 ESS 설치를 꺼리고 있다. 실제 서울시 등 상당수 지자체는 화재 위험을 이유로 가동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전력거래소와 한전KPS, 한전KDN 등 에너지 공기업조차 화재 사고를 우려해 실제 가동은 하지 않았다.

한전KPS는 “ESS를 설치했지만 2019년 화재 우려로 가동 중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전KDN은 “2017년 ESS를 설치해 2년간 가동했지만 현재는 외부 방화벽 보완 관련으로 중단된 상태”라며 “건물 밖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한국동서발전도 “화재 안전 우려에 따른 고객사 요청으로 가동 중지 상태”라며 “이전설치 등 다각적으로 정상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은 ESS 운용에 미온적이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담은 ‘ESS 안전강화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는 2019년 화재 위험으로 ESS 사용을 중지하라는 공문을 보낸 이후, 별도의 조치가 없었다고 신 의원은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상황을 1970년대 석유파동에 준하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상황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작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는 ESS 활성화에는 미온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신 의원은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ESS 운용에 미온적”이라며 “정부도 뒷짐만 지지 말고 화재 위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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