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핵전쟁 위험 잊지 말아야..평화의 길이 선택받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조반니 바티스타 스칼라브리니의 시성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위협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5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이민자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반니 바티스타 스칼라브리니(1839∼1905) 주교의 시성식을 거행하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1962년부터 1965년까지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회고하며 “우리는 당시 세계를 위협한 핵전쟁의 위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왜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가. 그때도 갈등과 긴장의 고조가 있었지만 평화의 길이 선택받았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이에 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를 거론하며 핵 사용 시 ‘아마겟돈’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핵 위험이 불거진 상황이다.

한편, 교황은 같은날 이탈리아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이민자를 막는 것은 범죄이며 죄악”이라며 반이민(反) 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반이민·국경 강화 공약을 내걸고 승리한 이후 나온 발언으로, 교황청과 이탈리아 차기 정부의 충돌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교황은 “오늘날 지중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묘지”라고도 언급했다. 지중해를 건너다가 물에 빠져 숨지는 수많은 이민자들을 비유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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