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합 상징 붕괴' 푸틴의 굴욕..우크라 "시작일 뿐"
군 보급로 복구 2개월 예상
푸틴 전술·자존심에 큰 타격
우크라 전세 역전 가속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다리 일부가 붕괴됐다. 전세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주요 보급로였던 크름대교 붕괴는 러시아 측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7분쯤 크름대교를 지나던 트럭에 실린 폭탄이 폭발했다. 이로 인해 3명이 숨졌으며, 크름대교의 철도 통행 부분에서 석유를 싣고 크름반도로 향하던 유조차에도 불이 옮겨붙어 폭발하면서 다리 일부가 붕괴됐다. 사건 직후 차량과 철도 교통은 일시 중단됐지만 사고 당일 밤 러시아 교통부는 미손상 부분에서 교통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다리가 완전히 복구되는 데 2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크름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잇는 핵심 보급로로서 러시아에 전술적,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
뉴욕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합병을 선언한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인 러시아군에 연료, 장비, 탄약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름반도 행정부는 이날 사고가 일어난 후 식량과 기본 생필품이 충분하다면서도 “시장의 인위적 혼란을 막기 위해 고객 1명당 3㎏까지만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크름대교 폭발은 상징적인 측면에서도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크름대교는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 병합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여겨져왔으며, 푸틴 대통령도 크름대교 개통을 정치적 성과로 여러 번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크름대교 개통식 당시 직접 트럭을 몰아 다리를 건너면서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이들이 이 다리의 건설을 꿈꿨다”며 개통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폭발사고가 푸틴 대통령의 70번째 생일 바로 다음날 벌어졌다는 점도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제임스 닉시는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며, 우크라이나의 사기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우정본부는 “크름대교, 정확하게는 크름대교였던 것의 기념우표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파괴된 다리 사진과 함께 “크름대교는 시작일 뿐”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불법적인 모든 것은 파괴돼야 한다. (러시아가) 도둑질한 것은 모두 우크라이나에 반환되어야 하며, 러시아가 점령한 것은 모두 추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민간시설 파괴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권의 반응은 테러주의자로서 그들의 속성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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