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공격하고 올레길 떠돌고..불어난 들개들을 어떵하코

박미라 기자 2022. 10. 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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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반려견이 야생화..중산간에 2000마리 서식 추정
가축 피해 매년 급증..제주시, 내달 18일까지 집중 포획
실외견 중성화 수술비 지원·동물등록제 강화 등도 병행
제주시 외곽의 한 마을 골목길에 들개들이 서성이고 있다.

제주시가 한 달여 동안 들개 집중 포획에 나선다. 유기견 등이 야생화돼 들개가 되면서 가축을 공격하거나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잇따르면서다.

제주시는 11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한 달여 동안 들개 일제 포획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제주시는 집에서 길러지다가 유실되거나 유기된 개들이 숲과 들판 등 야생을 떠돌면서 들개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들개 대부분은 살아남기 위한 과정에서 공격성이 커지고, 무리 지어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말 제주도가 발표한 ‘중산간 지역 야생화된 들개 서식 실태조사와 관리방안’ 용역 결과를 보면 해발 300~600m 중산간 지역에 약 2000여마리의 들개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들개 대부분이 3~4마리 군집 생활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체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문제는 개체 수가 많아진 들개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가축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레길, 한라산 둘레길, 오름, 외곽에 위치한 관광지 등에서 사람을 마주쳤을 때도 피하지 않고 공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고모씨(43)는 “제주시 외곽에 사는데 동네에서 들개가 심심찮게 보인다”며 “혼자서는 산책을 꺼리게 되고, 산책 때는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일부러 등산스틱이나 우산을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제주시가 집계한 결과 들개의 공격으로 인한 가축 피해는 2018년 10건(닭 156마리, 송아지 1마리, 거위 3마리, 오리 117마리, 흑염소 3마리), 2019년 10건(닭 483마리, 청둥오리 50마리), 2020년 11건(닭 143마리, 송아지 5마리, 한우 4마리, 망아지 1마리), 2021년 14건(닭 542마리, 한우 2마리, 염소 6마리, 토끼 21마리) 등이다. 들개 공격을 받은 가축은 모두 폐사됐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닭 79마리, 한우 4마리, 말 4마리, 염소 8마리, 오리·거위 32마리가 폐사하는 등 1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시는 오름과 관광지, 올레길, 농촌지역 등 들개 출몰 신고가 많은 마을과 목장을 중심으로 포획 틀 30개를 설치해 대대적인 들개 포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들개는 경계심이 강해 사정거리가 최대 5m에 불과한 블로건으로 포획이 어렵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것이 아닌 만큼 총기 사용도 불가능해 포획 틀을 이용해야 한다. 앞서 제주시는 2020년 하반기 93마리, 2021년 430마리,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336마리의 들개를 잡았다.

제주시는 또 들개의 발생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실외견 중성화 수술비 지원, 동물등록제 강화,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 견주 대상 홍보 강화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시 관계자는 “야생화된 개에 의한 가축 피해 및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해 주민 신고 지역을 중심으로 상시 포획 틀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견주들이 개를 유실·유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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