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인간과 미생물이 함께 만드는 것" 佛 과학철학자 브뤼노 라투르 별세

유석재 기자 2022. 10. 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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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과학철학자 브뤼노 라투르.

프랑스의 대표적 과학철학자이자 인류학자·사회학자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75)가 지난 9일(현지 시각) 췌장암으로 별세했다고 르몽드·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매체들이 보도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학을 아우르는 과학기술학(STS)의 대가인 라투르는 ‘신기후체제’ ‘녹색계급’ 등의 개념을 통해 인간중심주의를 배제한 급진적인 생태정치학을 주요 이론으로 삼았다.

1947년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 가문에서 태어난 라투르는 투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파리국립광업학교 혁신학사회센터(1982~2006) 재직 후 파리정치대 교수(2006~2017)로 있었다. 저작 ‘실험실 생활’(1986)에서 자연은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실험실의 여러 행위들에 의해 구성된다는 주장을 했다. 인간 중심의 인식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행위자의 연결망에 주목하는 독창적인 ‘행위자-연결망 이론’을 내놨다.

이후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1993) ‘가이아 마주하기’(2017) 등을 통해 근대성을 비판하고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는 철학적 작업을 수행했다. 그는 과학을 ‘사이언스(science)’와 ‘리서치(research)’로 구분했는데, 교과서에 실린 ‘사이언스’는 확실한 지식인 반면 연구 프런티어를 개척하는 ‘리서치’는 팬데믹에 대한 연구처럼 아직 불확실하고 논쟁적인 것이란 개념이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을 문제삼고, 인간과 비(非)인간이 실질적으로 구분돼 작동한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연결망의 구축을 통해 자연과 문화의 하이브리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젊은 과학의 전선’(1987)에서는 “사회는 인간들만으로 이뤄진 게 아닌데, 어디서나 미생물들이 간섭하고 행위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녹색 계급의 출현’(2021)에서는 “생산 수단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생태주의에 동참하는지 여부를 경계선으로 새로운 계급이 출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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