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제동 건 거대 야당대표

문광호·윤승민 기자 2022. 10. 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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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조직개편안, 정쟁 유도..우선순위 잘못" 사실상 반대 입장
민주당·여성단체 반발..국민의힘, 국회 통과 험로 예상에 여론전 기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반대 방침을 세운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 전 정부를 겨냥한 감사·수사를 놓고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가부 폐지가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가부 폐지 여부를 두고 “정쟁의 소지가 있다. 개편의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경제와 외교, 안보 상황이 엄중한 시점에서 여가부 폐지안을 조직개편안에 담을 이유가 있느냐. 미래지향적인 정부조직법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 폐지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정한 것이다. 이 대표가 공식 회의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 논란이 정부의 경제와 외교 실패를 가리는 의제가 될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한 의원은 “민주당은 여가부의 기능 조정, 확대 개편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여당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국면 전환을 위해 정쟁을 유도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정쟁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안마다 분명한 의견을 밝혀온 이 대표가 여가부 폐지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이 소극적 태도라는 지적도 있다. 여가부 폐지에 여론 눈치를 본다는 대선 당시의 비판이 다시 나올 수 있다. 이 대표는 대선 때 여가부의 성평등가족부 개편을 공약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 대표가 여가부 폐지 반대 방침을 정하면서 정부조직 개편은 여야 대치의 새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과 여성단체 중심으로 “성평등을 위한 국가의 노력을 중단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강해지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여가부 장관 소관 사무인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 ‘청소년 및 가족 업무’ 중 ‘양성평등’ ‘여성권익증진’ ‘청소년’ 사무는 신설되는 보건복지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된다.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지위향상’ 등의 문구는 삭제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여가부의 성평등정책 총괄과 조정 기능은 축소·폐지가 확실시된 것임에도 정부는 ‘한 단계 격이 높아진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총괄 기능이 없어지면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은 주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여성정책 기획·종합, 여성의 지위 향상 부분을 삭제하는 것은 국가의 노력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는 역사적 과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여가부 폐지’에 반대 목소리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신설하겠다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라는 이름이 가지는 정책방향은 여성을 ‘요보호’ 존재로 만들고 인구재생산 도구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야당 반대가 강할 경우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여가부 폐지 찬성 여론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을 여가부 (문제) 때문에 계속 미룰 수는 없다”며 “어떻게든 마무리지어야 해서 보훈부나 재외동포청과 같이 합의가 되는 부분은 합의를 빨리 이루고 나머지는 국민의 몫으로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여가부 기능 자체는 어느 부처에든 존속시키겠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은 부처 수행 기능의 대강을 규정하므로 수행 기능을 포괄적 의미의 단어로 표현한다”며 “여성정책은 ‘양성평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된다”고 말했다.

문광호·윤승민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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