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펑' 폭죽에 환호할 때 새들은 심장 터져요

강은·강한들 기자 2022. 10. 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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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날' 한강 불꽃축제
소음과 빛에 공포 증후 보여
로마서 수백 마리 사체 발견
미국선 번식기엔 행사 제한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지난 8일은 세계 철새의날이었다. 국제기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동반관계(EAAFP)’는 이날을 맞아 ‘빛 공해’로 인한 새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조명을 어둡게 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새들이 유리창에 충돌하거나 길을 잃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렸다. 한화그룹이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2000년부터 매년 9~10월에 개최됐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간 쉬었다가 이날 다시 열린 축제에 100만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즐겁게 축제를 즐겼지만 한편에서는 불꽃놀이의 소음과 빛 등으로 조류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새떼 죽음’ 기사를 공유하며 “새들이 너무 불쌍하다” “잠깐 즐거워지자고 (불꽃놀이를) 꼭 해야 하나”라고 쓴 글이 다수 올라왔다.

수백 마리의 새 사체가 지난해 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끝난 뒤 거리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 트위터 갈무리

지난해 1월 로마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한 이후 기차역 인근 길거리에서 수백 마리 새 사체가 발견됐다. 새들이 한꺼번에 죽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OIPA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범인’으로 추정했다. 폭죽소리와 불꽃에 놀란 새들이 갑자기 날아올라 유리창 등에 충돌하거나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이다.

서울 한강 주변의 새들은 이날 불꽃축제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을까.

지난 8일 오후 7시20분부터 약 5시간 동안 한강공원과 마포대교, 원효대교 인근을 돌아봤다. 로마처럼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진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새의 깃털이 간혹 보일 뿐이었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1시간10분 동안 폭죽 10만발이 터졌다. 기존에는 원효대교와 한강철교 사이에서만 불꽃놀이가 진행됐으나 올해는 마포대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인근 물새 서식지인 ‘밤섬’과의 거리도 1㎞ 이내로 가까워졌다. 70m 이상 높게 솟아오르는 폭죽 양도 종전보다 20%가량 늘었다.

람사르 습지이기도 한 밤섬은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밤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새매 등을 포함해 약 40여종, 1만마리의 새가 관찰된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도 붉은배새매 등 멸종위기야생동물 6종과 원앙 등 천연기념물 9종이 산다.

독일 바이에른주 환경청 소속 헤르만 스틱로스 박사는 2015년 발표한 논문 <불꽃놀이가 새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새들은 불꽃놀이에 심리적, 육체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이 불꽃놀이를 하면 주변 새들은 불안과 공포의 신체 증후를 보이고, 심박 수가 증가한다. 공황 상태에서 새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장애물에 부딪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새를 보호하기 위해 불꽃놀이가 제한되기도 한다. 미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해안에서 번식기의 물떼새를 보호하기 위해 4월1일부터 모든 새가 알을 낳을 때까지 불꽃놀이 등을 금지한다.

강은·강한들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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