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빗물시설 가 보니..이래서 '50년 기준'으로 짓는다

김혜민, 이경원 기자 2022. 10. 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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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내일(10일)까지 예보됐습니다만 올해는 유난히 비 피해가 많았습니다.

빗물 저장 시설의 기준을 다시 한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본 도쿄만 해도 빗물 100만 톤까지 수용 가능한 초대형 저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침수 피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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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을비가 내일(10일)까지 예보됐습니다만 올해는 유난히 비 피해가 많았습니다. 특히 지난여름 서울 강남지역 침수는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죠. 지금 보시는 거대한 공간이 도시에 폭우가 내릴 때 물을 담아서 폭우를 막는 시설입니다. 이걸 도대체 얼마나 크게 지어야 강남 침수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건지 저희 취재진이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김혜민, 이경원 기자가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김혜민 기자>

작은 사다리를 밟고 조심스럽게 내려가자, 지하 벙커 같은 거대한 시설이 있습니다.

[송창진/인천 남동구청 방재하수과 팀장 : 만조가 돼서 물이 더 이상 방류가 안 되면 수문이 작동을 해서 문이 열려서 이쪽으로 물이 저류가 되는 겁니다.]

이 거대한 지하공간은 '우수저류시설'로, 집중 호우 때문에 빗물이 빠져나갈 수 없으면 이곳에 저장돼 주변 침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50년 만에 1번 찾아올 수 있을 정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완공된 이후 인근 지역이 한 번도 침수된 적이 없습니다.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강남은 어떨까?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이 빗물 저장 시설은 50년이 아닌, 30년 빈도의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됐습니다.

양재2동의 침수를 막기 위해 지어졌는데, 지난 8월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채영 주무관/시설 관리인 : (이번에 비 많이 왔을 때 (저류시설도) 잠겼을까요?) 잠겼죠. 그래서 물을 끌어올렸어요.]

[황만식/인근 주민 : (주변 건물) 지하에 물이 다 넘쳤어요. 다 버렸어요. 가구 같은 거 그래서 구청에서 보상해주고.]

현행 규정을 보면, 영구구조물은 50년 빈도, 임시구조물은 30년 빈도 강우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우수 저류시설은 영구구조물이지만 이렇게 50년 기준에서 30년 기준으로 낮춰 지은 곳이 전국에 30곳이나 됩니다.

<이경원 기자>

30년에 1번 올까 말까 한 비, 그러니까, 30년 빈도 강우를 기준으로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들면 괜찮은 걸까요.

행정안전부가 정한 서울의 30년 빈도 시간당 최다 강우량은 94.3㎜입니다.

SBS 사실은 팀이 기상청의 지역별 상세 관측 자료를 기준으로, 분석 가능한 2000년 이후 이 수치를 몇 번이나 넘었는지 전수 분석해봤습니다.

쭉 보시면요, 2000년 8월 7일부터 지난 8월 8일까지 22년 동안 총 6차례로 계산됐습니다.

30년에 1번 올까 말까 한 빈도가 아니라, 사실상 3~4년에 1번 올까 말까 한 빈도임 셈입니다.

빗물 저장 시설의 기준을 다시 한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혜민 기자>

30곳의 시설을 기준보다 작게 지은 이유, 지자체들의 답변은 모두 같았습니다.

"공사비가 과다하게 소요돼 규모를 줄였다"는 겁니다.

또 도심과 가까울수록 저류시설 공간을 확보할 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송재호/국회 행정안전위원 : 일단 이 저류시설은 한번 해 놓으면 추가로 넓히거나 새롭게 보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정확하게 빗물을 가두고 홍수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죠.]

일본 도쿄만 해도 빗물 100만 톤까지 수용 가능한 초대형 저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침수 피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재난관리 선진국들은 대응과 복구보다는 예방, 대비에 집중합니다.

더 빈번해지고, 강해지는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충분한 예산과 주민들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이승환, 영상편집 : 김인선, CG : 성재은·안지현·권혜민)

김혜민, 이경원 기자kh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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