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th BIFF]모든 상상력 구현 가능한 韓 VFX.."이제 우리 길 가야"

부산=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2. 10.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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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비프 2022 '가상의 제국, 영화가 되다-가상의 제국에 들어선 한국 영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VFX를 활용한 영화 '구미호' '퇴마록' '승리호' '대호' 스틸컷. 각 배급사 제공

한국형 판타지의 대표적 소재인 구미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구미호'를 시작으로 VFX(시각특수효과) 시대에 들어섰던 한국 영화가 '승리호'를 통해 이제는 국내에서도 우주 SF 제작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실질적인 자구책 마련을 통해 우리만의 방식을 이어 나가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다.

9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포럼 비프 2022 '가상의 제국, 영화가 되다-가상의 제국에 들어선 한국 영화'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만나 시각적 욕망이 이뤄낸 한국 영화의 변곡점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의 활성화로 상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시각효과의 새로운 과제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시각효과의 예술욕망'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정찬철 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1세기 디지털 영상 기술의 발전은 영화의 제작과 유통과 상영 방식을 이른바 '포스트-시네마(postcinema)' 체계와 문화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이전 시네마 시대에는 닫혀있었던 영화의 예술적 욕망을 깨웠다는 점을 설명했다.

가상공간에서 물리적 카메라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상 카메라가 물리적 카메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영상을 만들어내면서 현실 세계의 물리적 질서 따르지 않는, 불가능하고 초월적이고 상상적인 공간적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버추얼 프로덕션(대형 LED 벽에 실시간으로 3D 배경을 투영한 후 배우와 배경을 동시에 촬영하는 작업)과 버추얼 카메라(가상 카메라)가 결합하며 버추얼 프로덕션 시대가 개막했다"며 "가상 카메라는 필수적인 영화 장치가 됐다. 앙드레 바쟁(영화 평론가이자 영화 이론가)이 말한 '완전 영화'가 21세기 기술을 통해 비로소 완성됐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김승경 한국영상자료원 수집카탈로깅팀 연구원은 '스펙터클에서 스토리텔링으로' 발제를 통해 1980년대까지 VFX 영화 불모지로 불렸던 한국이 '구미호'를 시작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더니 '은행나무 침대' '퇴마록' '태극기 휘날리며' '미스터 고' '대호'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을 거쳐 '승리호' '한산: 용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상상 이상의 스펙터클(여기서는 '영화적 볼거리'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 이미지의 도약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승리호'는 SF 중에서도 스페이스 오페라를 표방한 영화로, 리얼한 상황보다는 우주선의 속도와 우주 여러 물체의 대비를 통해 우주 공간을 재현했다"며 "'승리호'를 통해 이제 한국 영화가 도전하지 못할 게 없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는 새로운 도전 지점에 서 있다. 과거 현장 촬영으로 불가능하게 했던 걸 가능하게 하는 걸로 CG가 등장했다면 이제는 감독이 상상하는 걸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여기서 다시 한번 아날로그 VFX 기술과의 접목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고요의 바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VFX를 담당한 웨스트월드의 김신철 슈퍼바이저는 'OTT 콘텐츠의 대중화와 극장 특성의 차이에 따른 VFX의 방향성'에 관해 실무자 입장의 의견을 전했다.

현재 OTT 콘텐츠는 대중성과 예술성 측면에서 영화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극장과 경쟁하는가 하면 영화제에도 연달아 초청될 만큼 큰 인기와 파급력을 갖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무려 9편의 OTT 작품이 초청되며 많은 팬을 부산으로 불러 모으기도 했다.

김신철 슈퍼바이저는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관객에게 콘텐츠를 선보였다면 OTT는 TV 등 기기도 다양하고 이동하면서도 보게 된다"며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는 영화는 연출자가 보이길 원하는 걸 관객이 본다면, OTT는 각자 플랫폼에서 다 다르게 보이고, TV도 제조사마다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가 아무리 현장에서 잘 만들어도 시청자는 다른 걸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제일 첫 번째 고민"이라고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프로덕션 비하인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최근 작업한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는 우주와 달이 공간 배경인 만큼 생생한 VFX의 역할도 중요했다. 달 지면이 들어가는 장면 등은 버추얼 프로덕션에서 촬영했는데, 8K(해상도 3300만 화소 수준을 구현하는 고화질 영상) 이상 소스를 8프레임 이내로 카메라의 움직임까지 분석해 작업했지만 여기서 질문이 생겨났다. 김 슈퍼바이저는 "제일 중요한 건 그걸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게 스스로에게 해봐야 할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슈퍼바이저는 "연출자의 상상력에 제한 두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력만큼 대상을 설정해야 한다. 할리우드에서 이렇게 했으니 우리도 이렇게 할 거라는 식으로 가는 건 문제"라며 "지금까지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경쟁자의 전략을 빨리 따라가는 자)로 잘 쫓아왔지만 이제는 할리우드와 우리는 다르고, 영화와 OTT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맞춰서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영화가 아닌 OTT 플랫폼 콘텐츠기에 이에 맞춰 영화보다는 상대적으로 후보정 작업을 덜 했다. 영화라는 고정된 환경이 아닌 기기 등에 따라 달라지는 시청 환경으로 인해 작업물을 영화처럼 만들어도 영화만큼의 시청 효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김 슈퍼바이저는 "VFX 스튜디오에서는 모든 작업자의 모니터 색깔을 물리적으로 똑같이 맞춰서 전부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걸 보면서 작업하지만, OTT는 그렇지 못하다"며 "그렇다면 두 사이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자구책 없으면 현장에서는 '어차피 (작업물과) 다르게 나와' '해봤자 달라'라는 식으로 우리가 우리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다"며 "'모가디슈'는 감독과 촬영감독, VFX 팀의 노하우가 쌓여서 만들어진 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빌드 업 해 나가면 '한국형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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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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