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세계 수소시장 3500조..승부는 특허에서 갈린다

2022. 10. 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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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최근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수소경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선진국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 탄소배출 목표도 강화했다. 한국 또한 2030년 탄소배출 목표를 2018년 배출량 7억2760만t 대비 40% 줄인 4억3660만t으로 강화했다. 선진국들이 1990년대 말 탄소배출 정점에 도달한 반면 우리는 2018년 정점에 도달하면서 탄소배출을 빨리 줄여야 한다. 따라서 생산활동 중단 없이는 탄소배출 급감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8년 기준 국내 총탄소배출량 중 발전 37%, 산업 36%, 수송 14%, 기타 분야가 약 13%를 차지한다. 특히 발전과 산업 부문의 탄소배출 감축은 여의치 않다. 발전 부문의 경우 좁은 국토 면적의 70% 이상이 산지로 이뤄져 산지 훼손 없이는 태양광발전 확대가 쉽지 않고 바람 품질도 좋지 않아 풍력발전도 어렵다. 국민 일부의 안전성 우려와 잠재적 갈등을 감안할 때 원전 확대도 의욕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산업 부문은 더욱 어렵다. 주력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산업은 이미 대부분 대규모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생산활동 중단 없이 추가 탄소 감축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결국 수소가 주목되는 이유다. 수소는 가장 가벼우며 풍부한 자원이다. 바다 질량 중 10%, 우주의 75%는 수소다. 다만 독자적인 형태가 아니라 합성물 형태로 존재하다 보니 지구 대기 중 수소 비중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안전성, 안보성, 경제성 확보도 가능하다. 높은 가연성과 낮은 발화점으로 인해 위험한 가스로 인식되지만 무색·무취·무독하며 공기보다 14배 가벼워 누출되면 빠르게 공기 중으로 확산돼 화재 시에도 발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 강릉과 노르웨이 수소 사고도 수소 자체보다는 시설 미비나 불량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판명이 났다.

에너지밀도가 높고 취급이 쉽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높다. 연료나 발전용으로 사용 가능하고 탄소 발생 없이 1000도 이상 열 생산도 가능하다. 가장 큰 강점은 생산·저장·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액화수소나 암모니아로 수소를 저장하는 액상화 등으로 장기간 대용량 저장이 가능하고 유통도 용이하다. 해외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한 후 이를 국내로 이송해 올 수 있다. 칠레의 풍력, 아이슬란드의 지열, 노르웨이의 수력 등으로 발전한 전기로 수소를 생산·수입하는 것이다. 다만 수소는 앞서 살핀 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 추출이나 생산 과정이 필요하다. 2019년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약 1억2000만t의 수소 중 3분의 2는 독립적으로, 3분의 1은 혼합물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최대 생산·소비국이고 이어 미국, 인도, 러시아 등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수소는 생산 방법에 따라 부생수소, 개질수소, 수전해수소 등으로 나뉜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이나 제철 공정 등의 화학반응에 의한 부산물이다. 폐가스가 주로 활용돼 추가 설비투자 없이 생산 가능해 경제성이 높지만 생산량 확대에 한계가 있고 고순도 확보를 위한 추가 공정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개질수소는 석탄, 석유 등 탄화수소계 화석연료를 활용해 촉매반응으로 생산된다. 수증기 개질, 건식 개질, 열분해 개질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술은 800도 내외 수증기를 메탄과 혼합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증기 개질이다.

수전해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다. 수전해 방식은 알카라인, 고분자전해질, 고체산화물 수전해 등으로 나뉜다. 알카라인 수전해는 200년 이상 된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수산화칼륨의 강알칼리 용액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분리막을 산화전극과 환원전극 사이에 설치하고 알칼리 용액을 주입한 후 일정 전압과 전류를 투입하면 각 전극에선 각각 산소와 수소가 발생한다. 낮은 전류밀도와 낮은 순도, 긴 시동 시간 등으로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에 부적합한 것이 문제다.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는 순수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높은 전류밀도와 10초 이내 짧은 시동 시간, 고순도 등으로 소형화가 가능하다. 고분자전해질막 단가가 높아 알카라인 대비 제조원가가 2~3배 비싼 점, 촉매제로서 값비싼 백금류가 필요한 게 단점이지만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 상업용을 중심으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비교적 빠른 시동 시간 덕택으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간헐성에 대응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미래 수전해 기술로는 고체산화물 수전해와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를 들 수 있다. 전자는 700도 이상 고온 중 운전이 가능해 대형 수전해 시스템에 적용 중이고 높은 에너지효율이 장점이다. 후자는 백금류를 촉매제로 사용하지 않는 점,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간헐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점 등이 장점이지만 아직 기술 성숙도를 높여가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수소는 생산 과정 중 탄소 발생 여부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핑크 수소 등으로도 나뉜다. 그레이수소는 생산 과정상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수소로 개질수소와 부생수소가 여기에 속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의 탄소를 포집·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수소다. 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탄소 저장 장소를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수전해수소다. 현재 기술로는 생산 비용이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핑크수소는 그린수소와 동일하지만 원전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블루수소엔 화석연료 의존과 생산 과정 중 탄소배출 문제가 훨씬 심각한 메탄 유출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으론 그린수소의 블루수소 대체가 불가피하다. 수전해 비용과 재생에너지 전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그린수소 가격이 떨어지면서 그린수소가 점차 블루수소를 대체해갈 전망이다.

한국은 특히 수소모빌리티 분야에서 큰 성과를 보인다. 수소차는 2021년 8월 현재 한국 1만6168대, 미국 9948대, 중국 8030대가 보급되고 발전용 연료전지는 한국 688㎿, 미국 527㎿, 일본 352㎿가 확충되면서 양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9월엔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효성 등이 'H2 비즈니스 서밋'을 출범시키고 이후 수소펀드를 구성하는 등 민간 주도로 업그레이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분야에 따라서는 산업 기반과 기술이 취약하다. 특히 수소 생산의 경우 수전해 기술력과 산업 기반이 약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현재 기술상 부생수소 생산단가는 2000원 미만인 반면, 개질수소는 2700~5000원, 수전해수소는 9000~1만원 수준이다. 아직 수전해 기술 개발은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저장이나 유통 분야도 선진국 대비 취약하다. 액화수소 저장 플랜트 산업과 기술은 유럽이 거의 과점하고 있고 액화수소 운반선은 일본 가와사키가 세계 최초로 건조하는 등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수소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취약한 반면 수소 활용 산업, 특히 모빌리티나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갈 길은 명확해 보인다. 강점이 있는 분야를 먼저 육성한 후 이를 바탕으로 취약 분야로 발전을 확산해가는 전략이다. 수소 전용 항만이나 국내 수소 유통망 등 유통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나 발전·개인용 수요 창출 등 거래시장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혁신을 이뤄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소모빌리티, 수소환원제철,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산업과 수소 생산·유통 관련 기자재와 설비 등 제조업 관련 분야를 특화해야 한다.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면 국내에서 기술 축적을 위해 수소 생산을 늘려가되 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英, 탄소포집에 1조6천억 투입…佛, 수소 일자리 15만개 목표
전 세계적으로 향후 30년간 그린수소 가치사슬은 11조달러 규모의 투자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께엔 수소가 세계의 최종 에너지 소비 중 18%를 차지하고 연 매출 2조50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수소 시장이 형성된다. 기관별 전망을 종합하면 세계의 에너지 총사용량 중 수소 비중은 현재 0% 수준이지만 2050년께엔 12~22%까지 차지할 전망이다.

수소경제는 누가 주도할 것인가.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수소 공급은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들이 주도할 전망이다. 다만 잠재력의 현재화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다. 예를 들어 인프라 구축이나 정부 지원, 친기업 환경 여부, 정치적 안전성 여부, 현재 에너지믹스와 산업 발전 정도 등이 잠재력의 현재화에 영향을 줄 것이다.

수소 수요는 인구 밀도가 높고 산업이 고도화됐지만 재생에너지 자원은 부족한 국가들 위주로 증가할 전망이다. 수입 수요는 국내외 수소 생산비용 차이, 수소 운송비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그린수소 무역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주요 수출국으론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나 국내 전기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호주, 칠레, 모로코,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등장하고 주요 수입국으론 인구가 많고 산업 활동이 왕성하지만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과 남미의 일부 국가 등이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수소 자급이 가능할 것이다.

수소경제 주도권은 수소공급국이 아니라 특허권 확보 등 기술력이 뛰어난 국가들이 가질 전망이다. 2020년 기준 세계 수소 연구개발(R&D) 투자 중 대부분은 유럽, 일본, 한국, 미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20년 R&D 투자를 전년 대비 6배 늘리며 이들 OECD 국가를 추격하고 있다. 특허권은 대부분 유럽, 일본, 미국 그리고 한국이 소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특허권은 분야별로 볼 때 연료전지 41%, 생산 36%, 저장 21%, 유통 2%로 나타난다. 연료전지 분야 특허권은 일본이 40%, 한국은 20% 정도 갖고 있고 수소 생산·저장 분야는 유럽과 미국이 주로 보유하고 있다.

수소의 중요성이 확인되면서 각국은 적극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미카 메레드 프랑스 시앙스포 교수에 따르면 국가수소전략을 마련한 국가는 2018년 불과 15개국에서 2022년 9월엔 71개국으로 급증했고 기존 전략도 강화됐다.

미국은 2002년 수소경제 전환 국가비전을 제시한 후 2020년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수소와 연료전지산업의 장기 발전 정책을 제안했고 2021년엔 수소펀드 조성과 1억6000만달러 규모 수소기술 개발 투자계획도 수립했다. 최근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수소차에 대한 세금 혜택을 북미산으로 한정해 수소 모빌리티의 미래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올해 순배출 제로 수소기금 마련 등 '텐 포인트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5GW의 저탄소 수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매년 1000만t 탄소 포집에 약 1조6000억원을 투입해 블루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수소기술 개발과 글로벌 리더 부상 전략에서 2030년까지 5GW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38개 어젠다를 제시했다. 수소 발전, 인프라 구축, 산업 적용 확대와 모빌리티 확산을 위한 62개 연방정부 지원 프로젝트를 시행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2020년 말 2018년 제1차 전략을 강화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2018년 대비 예산을 90배 증액해 수소 프로젝트를 170개 이상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수소 생산 역량을 6.5GW로 늘리고 탄소 배출은 연간 600만t 감축하며 최대 15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전 자동차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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