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의 진리' 보금자리론 쪼그라드는데..이 은행만 늘렸다
작년 말 대비 45% 줄었는데
20곳중 하나은행만 늘어나
재개발 단지 찾아가 적극 영업
주택도시기금 노린다는 해석도
9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보금자리론 취급건수는 3762건으로 지난해 말 6848건에서 3086건(45%)이나 줄어들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전에 시장 거래가 먼저 끊기면서 보금자리론 취급량도 빠른 속도로 감소한 것이다. 지난 2~3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보금자리론 기준인 6억원 이하 주택이 감소한 것도 원인이다.
특히 KB국민·신한·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만 따로 집계하면 지난해 말 5261건에서 올해 8월 2665건으로 2596건(49.3%) 줄면서 더욱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은 은행 자금이 아닌 주금공 자금으로 벌이는 사업이어서 은행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수수료뿐"이라며 "보금자리론 신청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처리해줘야 한다는 심정이고, 그 과정에서 서류 누락 등 책임질 일이 발생할 위험까지 감안하면 업무를 회피하려는 직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올해 8월 보금자리론 취급건수가 885건으로 지난해 말 868건에 비해 오히려 17건(1.9%) 증가했다. 집계 대상인 20개 금융기관 중 공급이 늘어난 곳은 하나은행뿐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B국민·우리은행의 보금자리론 공급실적이 앞서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하나은행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창구를 직접 찾아와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재개발 단지 등을 중심으로 한 보금자리론 집단대출은 영업활동 성과 덕에 물량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크지 않은데도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당장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하나은행을 통해 거래하는 계기를 마련해 추후 주거래고객으로 유입될 가능성까지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금공 관계자도 "보금자리론 집단대출은 주로 주금공 지역사무소에서 은행 직원들이 방문해 취급이 가능한지 등을 논의하며 진행하는데, 지역사무소에 근무하다 보면 유독 하나은행 직원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면서 "보금자리론 출시 초기부터 전자상품 공급에 처음으로 나서는 등 하나은행은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고 전했다.
금융권을 전문으로 다루는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하나은행은 소매금융 후발주자로서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펼치는 DNA를 가졌다"며 "국내 5대 주요 은행에 안착한 현재까지도 이 같은 성향이 남아 보금자리론 취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8년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 선정에서 제외된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택도시기금은 5년마다 수탁은행을 재선정하는데, 하나은행은 2013년에 6개 은행 명단에 포함됐지만 2018년에는 유일하게 탈락한 바 있다.
주택도시기금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은 취급기관이 달라 선정 과정에서 공급실적이 평가요소로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도 "은행 측이 정책금융 공급에 힘을 기울여왔다는 점을 내세울 경우 정성평가에 일부 고려될 수는 있다"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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