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삼성전자·SK하이닉스 "당장 타격 없다"지만 불확실성 우려

이윤정·박상영 기자 2022. 10. 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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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 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에 사업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미 정부가 중국 내 생산시설을 외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개별적 심사를 거치겠다고 밝힌 만큼 우리 기업들은 별도 협의 절차를 밟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미국 측으로부터 사전 정보 공유가 있었다”며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개별심사와 같은 절차적 부담이 늘고, 일부 장비 승인을 두고 규제 당국과 이견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특정 첨단 컴퓨팅 반도체 및 수퍼컴퓨터용 반도체칩 등에 대한 제한적 수출 통제 및 특정한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새 수출 통제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21일 발효된다.

새 조치에 따르면 우선 미국 기업이 특정 수준 이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등을 초과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미국 기업이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수출이 전면 통제되는 셈이다. 상무부는 “두 건의 규칙으로 발표된 이번 수출 통제는 중국이 첨단 컴퓨팅 칩을 확보하고, 슈퍼컴퓨터와 첨단 반도체를 개발·유지하기 위한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이 중국 내 생산시설을 소유한 경우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된다. 미국 기업의 반도체,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뿐 아니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제3국가의 제품에도 적용된다. 한국 기업들처럼 중국 내 다국적 기업은 사안별 심사를 통해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국 기업 가운데서는 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D램 공장, 후공정 공장, 낸드 공장 등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당장 한국 기업이 입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는 수출 규제 대상인 첨단 컴퓨팅칩과 관련해 “국내 생산이 없어 단기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제품의 경우에도 규제 대상이 되는 슈퍼컴퓨터가 극소수여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장비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가동 중인 SK 우시 공장, 삼성 시안공장 등은 중국 기업과는 달리 사안별 검토 대상으로 분류돼 공급에 큰 지장은 없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수출통제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공급망·산업대화 산하 수출통제 워킹그룹을 통해 이번 조치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로 했다”며 “미 상무부 설명회와 60일간 진행되는 의견 수렴 절차 등에 참여해 업계의 의견을 추가로 개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중국 공장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 장비 공급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미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우려는 있지만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불확실성이 완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제재의 직격탄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개별 심사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일부 장비 승인을 두고 규제 당국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심사 과정에서 영업 비밀 노출 우려 등 불확실성이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 수출 실적이 일시적으로 악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돼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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