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 악명높은 '전범' 수로비킨으로 교체

김혜리 기자 2022. 10. 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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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세르게이 수로비킨(56) 육군 대장. AP연합뉴스

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총사령관을 전격 교체했다. 새로 임명된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은 시리아에서 러시아군을 이끈 전범으로 악명높은 인물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세르게이 수로비킨 육군 대장(56)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이 지역 군사 작전 총사령관 교체를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 총사령관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시리아 및 2차 체첸 전쟁 등에 참전한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로써 러시아에서 일주일 만에 군사령관 교체가 세 번이나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앞서 이번 주 초에는 러시아 내 5개 지역군 중 2개 지역군의 사령관을 교체했다.

수로비킨 신임 총사령관은 러시아 동부군 사령관,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 등을 지낸 백전노장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는 러시아 남부군 사령관을 맡았다. 그는 2017년 러시아군의 시리아 원정을 이끌면서 러시아 영웅 칭호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시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에서 패할 위기에 처하자 이에 개입해 반군 지역에서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재래식 폭탄으로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 전쟁 범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지난 2017년 12월2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리아 참전부대 격려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시 세르게이 수로비킨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1987년에 임관한 이래로 가혹 행위와 관련된 전력으로 논란을 여러 번 일으켰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1991년 민주화 시위대를 향해 발포 명령을 내려 두 차례나 감옥에 간 적이 있다. 1991년 8월 소련의 보수파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대위였던 그는 소총 부대를 이끌고 민주화 시위대가 세운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가 발포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이 압사당했으며 총 3명이 숨졌다.

러시아 정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그리고리 유딘은 “1991년 8월 혁명가들에게 총을 쏠 것을 명령하고 실제로 3명을 살해한 유일한 장교인 수로비킨이 현재 소련을 복원하기 위한 마지막 발악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 지적했다. 그는 “이 사람들은 (1991년) 당시에도 본인들이 무엇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지금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가 수로비킨을 우크라이나 전선의 총 책임자로 임명한 데는 국내 강경 민족주의자들의 압박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군 지휘부가 부대 관리를 잘못했고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킬 수 있도록 가혹한 전술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전세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면서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이나 헤르손주 친러시아 점령지 행정부 부수반인 키릴 스트레무소프 등 관료들은 러시아군 지휘부에 대해 “자살하는 게 마땅하다”는 등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러시아군 지휘부의 무능함을 탓했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수로비킨의 총사령관 임명을 환영했다.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을 창설한 기업인이자 ‘푸틴의 요리사’로도 불리는 그는 “수로비킨은 러시아군에서 가장 유능한 지휘관”이라며 “조국을 충실히 섬기기 위해 태어난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그를 극찬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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