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새의 날'에 폭죽 10만 발, 한강의 새들은 괜찮았을까?
지난 8일은 세계 철새의 날이었다. 국제기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동반관계(EAAFP)’은 이날을 맞아 ‘빛 공해’로 인한 새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조명을 어둡게 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새들이 유리창에 충돌하거나 길을 잃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는 세계 불꽃 축제가 열렸다. 한화그룹이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2000년부터 매년 9~10월에 개최됐다. 코로나19로 2년 간 쉬었다가 이날 다시 돌아온 축제에 100만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즐겁게 축제를 즐겼지만 한편에서는 불꽃놀이의 소음과 빛 등으로 조류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나왔다.
8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새 떼 죽음’ 기사를 공유하며 “새들이 너무 불쌍하다” “잠깐 즐거워지자고 (불꽃놀이를) 꼭 해야 하나”라고 쓴 글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해 1월 로마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한 이후 기차역 인근 길거리에서 새 사체 수백 구가 발견됐다. 새들이 한꺼번에 죽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OIPA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범인’으로 추정했다. 폭죽소리와 불꽃에 놀란 새들이 갑자기 날아올라 유리창 등에 충돌하거나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이다.
서울 한강 주변의 새들은 이날 불꽃 축제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을까. 지난 8일 오후 7시20분부터 약 5시간 동안 한강공원과 마포대교, 원효대교 인근을 돌아봤다. 로마처럼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진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새의 깃털이 간혹 보일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서울불꽃축제는) 강물 위에서 불꽃을 쏘는 것이기 때문에 사체를 발견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한강은 새들이 쉬어가고 먹이 활동도 하는 곳이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1시간10분 동안 10만 발의 폭죽이 터졌다. 기존에는 원효대교와 한강철교 사이에서만 불꽃놀이가 진행됐으나 올해는 마포대교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인근 물새 서식지인 ‘밤섬’과 거리도 1㎞ 이내로 가까워졌다. 70m 이상 높게 솟아오르는 폭죽 양도 종전보다 20%가량 늘었다.
람사르 습지이기도 한 밤섬은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밤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새매 등을 포함해 약 40여 종, 1만 마리의 새가 관찰된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도 붉은배새매 등 6종의 멸종위기야생동물과 원앙 등 9종의 천연기념물이 산다.
독일 바이에른주 환경청 소속 헤르만 스틱로스 박사는 2015년 발표한 논문 ‘불꽃놀이가 새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새들은 불꽃놀이에 심리적, 육체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이 불꽃놀이를 하면 주변 새들은 불안과 공포의 신체 증후를 보이고, 심박 수가 증가한다. 공황 상태에서 새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장애물에 부딪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연구는 “사망한 새 90%는 공황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도 2011년 조사에서 대규모 폭죽놀이가 야생 조류 수면 방해, 먹이활동의 어려움, 야간 비행 중 방향 상실 등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새를 보호하기 위해 불꽃놀이가 제한되기도 한다. 미국 멸종위기에 처한 종에 관한 법률(ESA) 9조는 특정 야생 동물 종을 괴롭히거나, 해치는 것을 금지한다. 이에 따라 미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은 해안에서 번식기의 물떼새를 보호하기 위해 4월1일부터 모든 새가 알을 낳을 때까지 불꽃놀이 등을 금지한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불꽃 축제나 주변 지역에서 새들이 먹이를 잡거나 휴식을 취하는 행동을 못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후유증은 7~10일까지 지속할 수 있지만 개체군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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