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뭘 망설이나, 유승민" 기사 공유..당대표 출마 선언 임박했나
"지방의원들과도 만남 잦다" 전언도
지난 6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각하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이준석 전 당대표 추가 징계로 ‘이준석 변수’가 사라지면서 차기 여당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 일정이 내년 1~2월로 가시화하고 있다. 당권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가운데 대표적인 당내 반윤석열계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올해 대통령선거·지방선거 당내 경선 이후 연락이 뜸했던 현역 의원 및 당 관계자들에게 최근 잇따라 전화를 걸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은 “유 전 의원과 평소 자주 통화하지는 않는데 최근 통화할 일이 있었다”며 “유 전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 경선 탈락 이후 잃었던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 듯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유 전 의원이 1주일 전쯤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며 “전당대회 등 정치적인 얘기는 하지 않고 사적인 대화만 나눴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정말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와 놀랐다”며 “안부만 물어왔지만, 전당대회를 준비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지방의원들끼리 만남이 잦아지고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월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김은혜 현 대통령실 홍보수석에게 패한 직후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는 말을 남긴 뒤 한동안 잠행을 이어왔다. 유 전 의원이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6월 서울에서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공개 행보를 재개했으나 한동안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은 피해왔다.
지난 8월 이후 당의 이 전 대표 축출 시도,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비속어 파문을 계기로 발언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구 경북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비속어에 대한 대통령실·여당 대응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이라도 국민들을 정말 너무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같은 일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윤리위의 이 전 대표 징계를 비판하며 “양두구육이 징계사유라면 ‘이XX들, X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느냐”고 썼다. 유 전 의원은 9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안보관과 기본소득론을 비판한 글을 SNS에 올리며 야당 대표를 저격했다.
유 전 의원이 차기 대표 적합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자 유력 당권주자들의 견제도 이미 시작됐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7일 CBS 라디오에 나와 “여론조사에 (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많이 들어가 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9일 MBN에 출연해 유 전 의원의 대표 출마 가능성에 “힘들 거라 보고 있다”며 “경기지사 경선 때 (당원) 50 (일반시민) 50 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졌다. 당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같은날 자신이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한 기사를 SNS에 올리면서 역선택 주장을 반박했다.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을 때, 유승민’이라는 제목의 칼럼도 올리며 자신의 ‘제3지대’ 경쟁력을 과시했다. 해당 칼럼은 “뭘 망설이나, 유승민”으로 끝난다.
유 전 의원 주변에서는 그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한 전망이 아직은 엇갈린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이후 이어진 유 전 의원에 대한 당내 거부 정서가 여전히 상당해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개인적으로 입은 상처를 회복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당심이 7, 민심이 3이 반영되는데 전당대회를 목적으로 했다면 현 정부 핵심들과 척지는 얘기들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여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당심도 결국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당대회 출마가 불가능해진 이 전 대표가 유 전 의원을 측면 지원할 경우 청년당원 등 세 규합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의원은 “당심 100%로 전당대회 룰을 바꾸더라도 유 전 의원이 떨어진다고 (당 주류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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