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몽 안고 10년 더'..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중국 20차 당대회]

이종섭 기자 2022. 10. 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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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7중 전회에서 16일 개막 당 대회 일정·안건 확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7월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인민복을 입고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걸린 망루 위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세 번째 대관식이 될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최를 위한 마지막 절차인 제19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19기 7중전회)가 9일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7중전회에서는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제안한 당 대회 일정과 안건 등이 확정된다. 당 대회는 5년에 한 번 당과 국가를 이끌 지도부를 새롭게 구성하는 중대 정치행사다.

시 주석은 16일 개막하는 당 대회를 통해 장기집권의 길에 들어선다. 국가주석이자 중국 공산당 총서기,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당·군·정을 모두 장악한 그는 지난 10년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로서 두 번의 임기를 보냈다. 그는 이번 당 대회에서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돼 집권 3기 시작을 알리게 된다.

그는 지난 7월 당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열린 성장 및 장관급 간부 세미나에서 ‘5년 내지 더 긴 시기’의 국정 방침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향후 5년, 나아가 더 긴 시간의 장기집권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나아가 이번 당 대회에서는 그에게 ‘인민영수’라는 칭호를 부여해 사실상 종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신중국을 건립한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가장 강력한 권력과 위상을 가진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지만 그 앞에 탄탄대로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당장 경제 성장 둔화와 장기화된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이반된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서방 국가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외부로부터 조여오는 포위망을 어떻게 돌파할지도 큰 숙제다. 여기에 그가 역사적 과업으로 여기는 대만 통일 문제는 장기집권의 중요한 명분인 동시에 자칫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당 대회 관통할 키워드…양개확립·수호, 시진핑 사상, 인민영수

이번 제20차 당대회의 주요 안건은 19기 중앙위원회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업무 보고 및 심의,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20기 중앙위원 및 중앙기율검사위원 선출, 당장(黨章·당헌) 개정안 처리 등이다.

과거 최고 지도자의 10년 집권 관례에 따르면 시 주석이 집권한 지 10년이 흐른 올해는 전면적인 권력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미 시 주석의 재집권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이번 당 대회에서는 가장 관심을 끄는 안건은 당헌 개정안이다. 당헌 개정안에는 ‘두 개의 확립(양개확립·兩個確立)’과 ‘두 개의 수호(양개수호·兩個維護)’라는 표현이 삽입되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을 ‘시진핑 사상’으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개확립과 양개수호는 당 중앙과 전당의 핵심으로서 시 주석의 지위와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하고, 시 주석의 핵심 지위와 당 중앙의 권위 및 집중통일영도를 수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19차 당 대회에서 당헌에 삽입된 시진핑 사상을 현재 16자에서 다섯 글자로 압축하는 것은 그의 사상을 당헌에 있는 ‘마오쩌둥 사상’과 같은 반열로 격상한다는 의미다. 당헌에는 ‘덩샤오핑(鄧小平) 이론’도 들어있지만 ‘사상’에는 미치지 못하는 표현이다.

당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인민영수라는 표현이 사용될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인민영수라는 칭호는 시 주석이 ‘위대한 영수’로 불린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가 공식 직책을 맡지 않더라도 평생 배후에서 실질적인 최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당 주석제가 부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당 주석제는 마오쩌둥 사후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해 사라진 제도다. 이를 부활시킨다는 것은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회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를 폐기하고 단일지도체제를 공식화한다는 의미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석제 부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번 당 대회와 당헌 개정의 모든 시그널이 시 주석의 위상과 권력 강화에 맞춰져 있음은 분명하다. 덩샤오핑을 뛰어넘어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로 그의 위상을 격상하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017년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장쩌민(오른쪽) 전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양 옆에 앉아 있다. EPA연합뉴스
두 번째 100년 목표, 장기집권 과제 산적

시 주석은 당 대회 개막일 중앙위원회 업무 보고를 통해 자신의 10년 집권 성과를 총결산하고 향후 집권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앞서 “10년 동안 변혁적 실천으로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난제를 해결하고 당과 국가사업에서 역사적 성과를 거뒀다”며 민생개선과 빈곤퇴치, 생태문명 건설, 국가안보 수호와 사회안정 유지, 군 현대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수호, 국가보안법 제정을 통한 홍콩 정세 장악 등을 성과로 나열한 바 있다. 향후 5년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거시적 전망을 하고 미래 5년의 전략적 임무와 중대한 조치를 중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당 대회를 통해 두 번째 100년 목표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다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0년 전 18차 당 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에 등극하며 ‘두 개의 100년’ 목표를 내세웠다. 그리고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지난해 빈곤 탈출을 통해 첫 번째 100년 목표였던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두가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몽의 완성을 의미하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망을 담고 있다. 시 주석은 당 대회를 통해 분배와 빈부격차 해소를 핵심으로 하는 ‘공동부유’도 집권 3기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 주석이 중국몽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는 헤쳐가야 할 가시덤불이 적지 않다. 경제성장률 둔화는 당장 눈앞에 놓인 난제다.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인구 홍리(紅利·보너스)’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던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내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 성적표가 예상된다. 향후 경제성장률도 점차 둔화돼 2020년대 말로 예상됐던 미국 경제 추월 시기는 늦춰지거나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굴기를 잠재우려는 미국의 견제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무역 갈등 해소는 난망하고 기술 자립을 외쳤던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 분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거세지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고리로 연대하며 대중국 포위망을 더욱 조여오고 있다.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과 서방국가들의 탈중국화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과제가 시진핑 집권 3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이 중국몽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로 여기는 대만 통일 문제는 복잡한 과제다. 대만 통일은 시 주석에게 장기집권의 중요한 명분을 제공한다. 대만에서는 시 주석이 3연임 이후 통일이라는 목표에 진전을 이루기 위해 더욱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당 대회를 앞두고 22년 만에 발간한 ‘대만 백서’에서 평화통일을 강조하면서도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고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자 시 주석이 3번째 임기를 마치고 4연임 여부를 결정하게 될 2027년을 중국의 무력 침공 시기로 꼽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무력 통일을 감행할 경우 자칫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고 최소한 전방위적 경제 제재 등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견뎌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은 이러한 과제들이 시 주석이 향후 5년을 넘어 그 이상의 장기집권 가도를 달리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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