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반도체 규제에 "상업적 자살" 강력 반발 "美도 피해"

박종원 2022. 10. 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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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관영 환구시보 "中 시장 버리면 상업적 자살"
美, 이례적으로 中 지정해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출 제한
韓 등 외국 기업이 中에서 반도체 제작시 개별심사
美의 강력한 압박이 오히려 中의 기술 독립 도울 수도
지난 9월 16일 중국 장쑤성 난통의 반도체 공장에서 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관영 매체가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수출 제한 정책에 “야만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미국이 아무리 압박해도 중국의 반도체 역량을 제한하지 못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미 기업들도 피해를 입는다고 경고했다.

■"中 시장 버리면 상업적 자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계열사인 환구시보는 9일 사설을 통해 수출 규제를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조치는 미국의 기술적 패권주의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며 공정한 경쟁에서 가장 급격하게 이탈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 경제와 무역 규칙에 대한 가장 야만적인 공격인 동시에 한 나라의 정부가 국제적인 산업 공급망에 개입해 이를 파괴한 가장 큰 사례”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하지만 미국은 그러한 힘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일방적인 행정명령으로 기업의 행위를 불법으로 간섭하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정치적 위협은 시장의 힘을 압도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세계 제일의 반도체 시장이며 이성적인 시장 참가자라면 결코 중국 시장에서 갈라서지 않을 것이고 이는 ‘상업적인 자살’과 마찬가지다”고 경고했다.

전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수법은 공평한 경쟁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해칠 뿐 아니라 미 기업의 권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중국 시장조사업체 지웨이인사이츠의 한샤오민 총경리는 환구시보의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중 약 3분의 1이 중국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시행되면 이러한 다국적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 역시 약 30%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美, 이례적으로 특정 국가 겨냥
미 상무부는 지난 7일 발표에서 반도체 장비 및 기술, 특정 고성능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새로운 수출 규칙을 내놓았다. 이번 조치에 따르면 미 기업은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 등을 만들 수 있는 장비 및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때 바이든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거래 상대가 중국 기업이라면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하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외국 기업이 미 기업의 장비나 기술을 구입한 뒤 중국에서 이를 토대로 생산한다면 개별 심사로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중이다. 또한 SK하이닉스도 D램 공장, 후공정 공장, 낸드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 업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4위 기업 램리서치 모두 미국 업체들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외에도 고성능 인공지능(AI) 학습용 칩, 슈퍼컴퓨터용 특정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8월 제조 장비와 별도로 엔비디아, AMD같은 미 반도체 기업들에게 AI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를 허가 없이 중국에 반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7일 발표된 새 규정은 특정 기업에 내린 지시를 중국 대상으로 명문화 한 것이다. 이번 규정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만든 반도체라도 미국의 기술이 들어갔다면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

미 상무부는 "중국은 이 장치와 능력을 대량살상무기(WMD)를 비롯한 첨단 무기 시스템 생산, 군의 결정과 계획 및 물류의 속도와 정확성 개선, 자동 군사 시스템, 인권 유린 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수출 규제를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中 반도체 독립 도울 수도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강공이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독립을 돕는다는 의견도 있다. 미 JP모간의 알렉산더 트레버스 전무이사는 6일 미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 미중간 신냉전을 우려했다. 그는 "미중간의 의도치 않은 갈등은 전반적인 기술 독립을 갈망하는 중국 정부의 결심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갈등은 중국 내 자급자족 정책을 급가속 시킬 것이며 계속 그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레버스는 “1990년대 중국은 세계의 제조업기지가 되면서 기술보다는 노동력에 의지했지만 경제 발전 단계가 기술력 증진에도 관심을 갖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미중 냉전이 발생, 중국은 더욱 기술 자립과 고도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중국에서 이제야 제대로 된 혁신이 시작됐다”며 JP모간이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CNBC는 중국 경제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혁신 단계에 진입했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것은 그들의 기술자립 속도만 더 높여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구시보 역시 9일 사설에서 "미국의 과학기술 패권주의는 중국에 단기적인 어려움을 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 의지와 능력을 증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 기업이 수동적으로 양보한 시장은 반드시 다른 나라 기업이 선점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이성을 잃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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