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시진핑 3연임 후 미·중 갈등 심화 우려..韓 경제에 부정적"

"공산당 지도부 보수화로 美 맞대응 강경해질 듯"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우리 주력 산업에 영향"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3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시 주석이 3연임 이후 총리와 경제부총리, 인민은행 총재 등을 모두 보수주의적인 인물로 교체하면 미·중 갈등이 더 격화하고 우리 경제에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열사 기념일이던 9월 30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 AP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9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실은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전망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보수·강경화로 미국의 대(對)중 압력 조치에 대한 중국 대응이 한층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무역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미·중 대립이 격화하면서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달 16~22일 개최되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공산당 지도부를 선출한다. 시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도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은 무역·정보기술(IT) 등의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제재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과 같은 비관세 장벽을 통해서도 대중 압박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보수주의적 색채가 짙은 공산당 지도부가 등장하면 중국은 미국 제재에 강경 대응하면서 갈등의 골을 키울 수 있다.

한은은 미·중 간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관련 갈등, 무역 분쟁, 지정학적 갈등 등이 글로벌 경제에 중장기적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 간 경제 분쟁이 심해지면 글로벌 공급망 구조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중국 반도체·IT·배터리 산업 성장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중국 성장률 둔화와 반도체·배터리 부문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부정적인 소식이다. 한은은 “중국 경제 성장률 부진이 반도체·철강·기계·화공품 등 경기 민감 품목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관련 대중 견제 조치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우리 주력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은은 특히 배터리 소재 부품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배터리·전기차 업체의 대미 수출이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우리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에서 미세공정 전환과 생산능력 확충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공급망 다변화, 기업투자 지원 정책, 인력·선도기술 관련 장기적인 혁신역량 강화 방안 마련 등이 긴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