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르 듀플레시스 샤블리, 너 몇개의 얼굴이야?..샴페인 폴 루이 마르땅, 새악시 같지만 강단있네
[파이낸셜뉴스] 둥글둥글 함박웃음을 머금고 들어와 쨍한 얼굴로 제 모습을 보이더니 돌연 화사한 미소를 띤 채 뒤로 물러나 앉는다. 일반 샤블리가 이렇게도 수시로 얼굴을 바꿀 수 있을까.
동원와인플러스가 얼마전 자사가 보유한 와인과 '뉴욕 3대 스테이크 레스토랑' 중 한 곳이라고 알려진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서울 BLT에서 진행한 '와인 마리아주 클래스 페어링 디너'에서 처음 마주한 제라드 듀플레시스(Gerard Duplessis)의 느낌이다.
동원와인플러스가 선보인 와인은 샴페인 폴 루이 마르땅 블랑 드 블랑(Champagne Paul Louis Martin Blanc de Blanc), 제라드 듀플레시스 샤블리(Gerard Duplessis Chablis), 보글 팬텀 샤도네이(Bogle Phantom Chadonnay), 퀘브라다 드 마쿨 스텔라 어리어(Quebrada de Macul Stella Aurea), 루이 에슈너 소떼른(Louis Eschenauer Sauternes) 총 5종이다. 하이엔드 레스토랑 BLT가 내는 최고급 요리에 맞춰 선발된 와인들이다. 각 와인 모두 자신의 체급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제라드 듀플레시스 샤블리와 샴페인 폴 루이 마르땅은 범상치 않은 실력으로 사뭇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샴페인 폴 루이 마르땅 블랑 드 블랑 "새악시 같네"
샴페인 폴 루이 마르땅은 프랑스 상파뉴 부지(Bouzy)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으로 샤르도네(Chardonnay) 100%의 블랑 드 블랑이다. 퍼스트 프레스 뀌베 만을 사용하고 최소 20% 이상의 리저브 와인을 사용하는 좋은 샴페인이다. 숙성은 최소 24~30개월 정도를 진행한다. 옅은 레몬 빛을 띠는 샴페인으로 잔에서는 기포가 굉장히 작고 섬세하게 올라오는게 인상적이다. 잔을 가까이 하면 열대과일 향 위주의 아로마가 올라오며 부드럽고 독특한 이스트 향이 중간중간 스쳐간다. 입에 넣어보면 섬세한 기포가 입속 전체를 덮은 후 하나둘씩 수줍게 터지는 느낌이 수줍은 새악시가 생각난다. 와인이 사라질때쯤 치솟는 산도도 아주 훌륭하다. 함께 매치된 음식은 캐비어로 개성이 강하지만 이 수줍음 가득한 샴페인 폴 루이 마르땅 블랑 드 블랑은 제대로 된 마리아주를 보여준다.
■제라르 듀플레시스 샤블리..도대체 몇 개의 얼굴?
제라르 듀플레시스는 섬세한 샤블리의 정석으로 꼽히는 와인이다. 와이너리는 2010년부터 유기농법을 이용해 포도를 재배해 떼루아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샤블리는 강한 미네랄리티와 독특한 풍미, 신선한 아로마를 특징으로 하는 와인으로 프랑스 화이트 와인에서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와인이다. 제라르 듀플레시스는 진한 황금색을 띠는 반짝이는 와인으로 잔을 스월링하면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 향이 제일 먼저 반긴다. 이어 청사과 향, 흰꽃 향 등이 올라오는데 주로 차가운 느낌이다. 입에 넣어보면 의외로 동글동글한 얼굴인데 의외로 반전이다. 잔에서는 분명 살집이 전혀없는 쨍한 느낌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짠 맛의 미네랄리티가 굉장히 강하며 아로마도 전혀 차갑지 않다. 산도는 중상 정도로 높은 편이다. 전복을 곁들인 음식과 마리아주가 이뤄졌다. 해산물 중 향이나 맛이 부드러운 편인 전복과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샤블리 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산도가 쨍하고 치솟더니 질감이 가벼워졌다. 이 정도면 비린내가 강한 굴과도 제대로 궁합을 보일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이번에는 묵직한 샤르도네로 바뀌면서 화사한 꽃 향을 뿜어낸다. 샤블리임에도 커다란 잔에 서빙된 이유를 그제서야 알았다. 몇번이나 얼굴을 바꾸는 모습에 잔을 계속 기울이게 만드는 와인이다.
■보글 팬텀 샤도네이..묵직하고 너티하고 딱 캘리포니아 스타일
보글 팬텀 샤도네이는 무거운 질감에 아몬드 등 너티한 향이 주를 이루는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다. 산도는 낮지만 결이 두껍게 여러 갈래로 들어오는 힘이 좋은 와인이다. 이 와인이 힘이 좋은 것은 쉬르 리(Sur Lie)를 오랫동안 진행했기 때문이다. 쉬르 리는 술 앙금이라 부르는 죽은 효모를 걷어내지 않고 와인과 계속 접촉시켜 이스트 향을 더 입히고 질감을 무겁게 가져가는 방식이다. 피니시도 길게 가져가는데 마지막에 남는 향은 화이트 초콜릿이다. 치킨과 마리아주를 선택했는데 의외로 압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치킨보다 차라리 육즙 가득한 쇠고기나 양고기와도 의외의 매치를 보일 것 같다.
■퀘브라다 드 마쿨 스텔라 어리어 2017..실키한 칠레 프리미엄
퀘브라다 드 마쿨 스텔라 어리어는 칠레 마이포밸리(Maipo Valley)에서 나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60%, 메를로(Merlot) 2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20%의 블렌딩 와인으로 루비빛에 검은색을 한웅큼 풀어놓은 듯한 진한 색깔이 인상적인 와인이다. 프랑스 생떼밀리옹 출신의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장 파스칼 라카즈(Jean Pascal Lacaze)가 만드는 와인으로 2014와 2017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가 9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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