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 20억 그림 선물 주며 임대료는 왜 연체?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10. 9. 14: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김재동 객원기자] 백마리(김지은 분)는 천지훈(남궁민 분)이 사뭇 수상하다. 낡은 상가, 옛날 다방의 흔적조차 지우지 못한 사무실을 운영하며 그마저 월세를 몇 달씩 밀린 상황이다. 이동용 차량도 사무장 (박진우 분)의 언제 퍼져도 이상할 것 없는 세탁소 차를 이용한다.

그럴 만도 하다. 수임료가 단돈 천 원이니 언제 모아 월세를 내며 월급을 주고 차량을 구비할 수 있을까? 그러면 마땅히 주눅 들고 궁상스러워야 할텐데 이 남자 아주 뻔뻔하고 능글맞게 여유롭다.

차림새는 어떤가? 쥐뿔도 없는 주제에 선글라스까지 포함해 비싼 티가 잘잘 흐르는 옷치레를 애용한다. 현장 답사용 편한 옷 이랍시고 조끼까지 곁들인 정장차림을 고수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레스토랑 지배인이 골탕먹이기로 작정하고 건넨 불어 메뉴판을 거침없이 읽어내려가기도 한다.

8일 방송된 6회에서 ‘김춘길(엄효섭 분)화백 살인사건’을 해결하면서는 경매서 20억 원에 낙찰된 그림을 현장검증 자리에 떡하니 걸어놓고 피의자 김민재(박성준 분)를 압박해 진실을 털어놓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그림 어떻게 빌려왔냐?”는 백마리의 질문에 “내가 샀어요!”란 우스개를 던져 백마리로 하여금 폭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하지만 풀려난 김민재에게 ‘예의 20억짜리’ 김춘길 화백의 마지막 그림을 선물하는 모습은 우스개가 결코 우스개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선배 검사 나예진(공민정 분)의 회고로 시작되는 6회 후반부와 7회 예고편도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렇게 천지훈이 재력가라면, 아니 재력가가 아니더라도 상가 주인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제 10조의 8(차임 연체와 해지) 조항에 따라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변호사인 천지훈이 절절 매는 이유다. 물론 천원 수임료로 의뢰인의 권익은 파격적으로 보호하면서 상가주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이유에 대해선 드라마가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6회 후반부에서 검사시절 천지훈은 윗선들의 수사 무마 명령에도 불구하고 재벌기업 JQ의 사장이자 재벌 3세 최기태(윤나무 분)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하고 차장검사의 반발에 직면하자 피의자 최기태를 수갑 채운 채 영화제 레드카펫 포토월 행사장에 끌고 가 신문 1면에 박제시킨다.

최기태의 구속적부심을 앞두고 최기태측 변호인단인 로펌 백의 변호사 이주영(이청아 분)과의 의미있는 만남도 있었지만 최기태는 결국 불구속으로 풀려나고 천지훈은 최기태의 비자금을 끝까지 쫓을 의지를 보인다.

그리고 예고편에선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나선 누군가가 천지훈의 아버지이며 최기태 비자금 수사의 향방이 그를 향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보여졌다.

결국 불어까지 구사하는 ‘천원짜리 변호사’ 천지훈은 세칭 상류층 출신이고 사건 해결을 위해 대리인을 내세워 김춘길 화백의 그림을 20억에 취득한 후 자신의 의뢰인 김민재에게 다시 선물할 만큼의 재력도 있으며 아버지로 대변되는 본가와는 씁쓸한 기억이 있는 상태로 추정된다.

백마리가 “유희주(박선아 분)의 다잉메시지가 왜 김민재를 지목했을까?” 하는 질문에 천지훈은 한껏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딸이 자신을 찔렀어도 그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겠죠. 김민재를 이용해서라도...부모라는 사람들이 그렇더라구요...웬지는 모르겠지만.”

천지훈의 이 말은 자신의 아버지를 연상한 대사로 읽힌다. 이로써 ‘죄 지은 자는 합당한 벌을 받아야 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검사 시절 천지훈은 아버지에게조차 칼을 겨눴고 그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위해 모종의 희생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불러일으킨다.

성긴 구성도 보인다. 가령 4화 김수연(한동희 분)이 한재숙(이현서 분)을 만난 레스토랑은 매니저 말로 매달 첫째 날 예약손님을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하지만 천지훈과의 약속까지 갑작스레 취소하고 한재숙을 만나러 간 김수연은 예약없이도 자리를 차지했다. 예약을 했다면 약속을 갑작스레 취소할 리는 없다. 아니면 천지훈과 마찬가지로 불어 메뉴판을 받았던가.

그리고 김민재가 아버지 김춘길 흉내를 내며 그림을 판 것은 사기죄 아닌가는 의문도 든다. 처음부터 김민재 작품이었다니 김춘길을 필명쯤으로 이해할 수는 있어도 매체를 통해 드러난 것은 김춘길 본인이었다.

아울러 큐레이터와 기자, 가사도우미까지 포함된 3년간의 사기행각이 유지되도록 이들 3인의 입을 닫은 상응한 보상도 밝혀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가족 외 남의 입이 그 오랜 동안 열리지 않았던 설명이 불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재밌다. 특히 천지훈의 나르시시즘에 빠진 서민혁(최대훈) 곯려먹기는 압권이다. 최대훈의 능청스런 자뻑 연기와 삐짐 연기가 사뭇 맛깔나고 천지훈과 사무장의 도통 이해 안가는 유치한 관점들과 그 사이에서 점점 그들 비슷해지는 백마리의 갈팡질팡 행보가 유쾌하다.

‘천원짜리 변호사’, 매회 다음 회가 기대되는 드라마다.

/zaitung@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