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 저평가된 팝밴드.."최고 뮤지션은 아니지만, 현 우리는 최고"

이재훈 2022. 10. 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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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다섯 번째 내한한 지한파 美 밴드
'슬라슬라 2022' 첫날 헤드라이너로 큰 호응

[서울=뉴시스] 폴 클라인(왼쪽), 제이크 고스. 2022.10.09.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직접 곡을 써왔어요. 초창기엔 델(dell) 컴퓨터를 이용해 악기도 몇 가지 안 되는 상황에서 작업을 했죠. 지난 몇년 간 뮤지션이자 송라이터로서 성장을 해왔다고 생각해요."(폴 제이슨 클라인)

2인 팝 밴드 '레이니(LANY)'에겐 라이브가 증명의 무대다. 신스팝·드림팝 위주의 음악을 들려주는 이 팀은 밴드임에도 대중적이라는 인상이 짙어 음악적으로는 저평가돼왔다. 그런데 단독 공연, 페스티벌에서 이들의 무대를 본 이들은 하나 같이 이 팀의 탄탄한 연주력과 음악성을 새삼 확인했다고 입을 모은다.

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에서 펼쳐진 '제4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2022' 첫날 공연에서 헤드라이너로 나선 이들을 보고 반했다는 음악 팬들이 한둘이 아니다. '유(You)'로 시작해 앙코르 '스루 디즈 티어스(thru these tears)' 'ILYSB'(I love you so bad)까지 쉴 틈이 없는 화끈한 라이브로 객석을 홀렸다. 이들의 공연 시간대와 비슷한 시각 여의도에서 펼쳐진 화려한 '불꽃축제' 못지 않은 유려한 멜로디를 선보였다.

이튿 날인 9일 오전 서울 홍대 인근 카페에서 국내언론과 만난 레이니의 프런트맨 폴 제이슨 클라인은 "감히 레이니가 세상에서 최고의 뮤지션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현재 우리들 모습이 최고의 레이니다운 모습이라고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 프라다 모델 출신 클라인 등 멤버들의 화려한 외모도 인기에 한몫했다. 클라인은 "(음악적으로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그럼 좀 더 못 생겨져야 하나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울=뉴시스]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2022'에서 공연하는 레이니. 2022.10.09. (사진 = 프라이빗 커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드러머 제이크 클리포드 고스는 "저희 음악을 들었을 때 부드럽거나 틀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라이브 공연을 보시면 아실 수 있는 것처럼 저흰 땀에 젖어 있을 정도로 외모에 상관 없이 열심히 하고 음악에 집중하는 밴드"라고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결성된 레이니는 2014년 미니앨범 '애크러님스(Acronyms)'로 데뷔했다. LA(로스앤젤레스)부터 NY(뉴욕)까지 음악을 알리겠다며 팀명을 지은 밴드다. 그런데 멤버들은 예상 못했지만 지금은 미국을 넘어 세계 곳곳을 돌며 공연 중이다. 이번 '슬라슬라 2022'를 통해 대형 페스티벌 첫 헤드라이너로 나서는 등 주가를 높이고 있다.

2015년 발매곡 'ILYSB'로 국내외에서 점차 입소문이 났고, 2017년 내놓은 셀프 타이틀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레이니(LANY)'로 힙스터 밴드가 됐다. 심플한 비트와 리듬으로 트렌디하고 감성적인 음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어쿠스틱과 전자악기의 감각적인 조합이 돋보였다. 단순한 악기 구성으로 만든 풍성한 사운드는 복고적인 감성과 미래 지향적인 화음을 버무려 냈다. 다른 음악 방향성을 찾던 이들은 작년에 내놓은 정규 4집 '지지 비비 엑스엑스(gg bb xx)'로 댄서블한 복고풍 사운드를 재현하며 초기 감성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평을 들었다.

[서울=뉴시스]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2022'에서 공연하는 레이니. 2022.10.09. (사진 = 프라이빗 커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클라인은 "팝이나 특정 장르를 감안해 음악을 한 적은 없는데 내년에 내놓을 음반은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강조될 거 같다"면서 "언제나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한다"고 전했다.

밴드는 최근 변화를 겪었다. 기존 이 팀은 3인조였다. 신시사이저와 레코딩 등을 담당하는 레스 프리스트가 얼마 전에 팀에서 빠졌다. 클라인은 "레스는 믹싱, 마스터링 등의 영역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멤버였어요. 고마웠고 지금도 저희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레스가 가정 등에 집중하게 되면서 두명이 됐지만 음악 본질은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같아요."

클라인과 제이크는 서로 가장 친한 친구지만 든든한 음악 동료이기도 하다. 클라인은 "서로 건설적인 비판을 해요. 서로 음악적으로도 존중하죠"라고 말했다.

레이니는 국내에서 '프로 내한러'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2017년 첫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 내한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3년 만에 내한이라는 걸 감안하면, 자주 한국을 찾은 셈이다. 손가락 하트를 비롯 이번에 다양한 한국식 V포즈를 배운 이들은 "한국 팬들은 표현력이 달라요. 전 세계에서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시스]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2022'에서 공연하는 레이니. 2022.10.09. (사진 = 프라이빗 커브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전날 무대가 감격스러웠다. "신났고 한국 팬들의 떼창이 대단했어요. 저희 '최애 콘서트'가 됐죠. 데뷔 이후 첫 헤드라이너라는 점도 뜻 깊었고요."(제이크) "페스티벌 무대가 아닌 저희 단독공연처럼 느껴져서도 좋았습니다."(클라인)

레이니의 음반 유통사 유니버설뮤직 코리아는 지난 7일부터 서울 AK 플라자 홍대점 무신사 테라스에서 레이니의 머천다이즈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페스티벌 이후인 이날 오전부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상당한 숫자의 팬들이 일찌감치 줄을 섰다. 이곳은 16일까지 운영된다. '솔메이트'를 '서울메이트'로 변환한 단어를 프린팅한 티셔츠 등 한국 팬들을 위한 MD도 선보인다. 데뷔 초창기부터 이들은 바이닐 발매도 병행해왔다.

클라인은 "저희가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 티셔츠는 언제나 만들어왔어요. 초창기 콘서트 규모가 작을 때는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 작은 방에서 티셔츠를 팔기도 했죠"라고 돌아봤다. "사실 밴드 활동하면서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많은데 패션은 크레이티브한 면이 많아 표현하고 싶은 걸 가능하게 해요."

레이니가 첫 내한한 이후 이번에 다시 내한할 때까지 K팝은 전 세계에서 인지도가 크게 쌓였고 산업적으로도 커졌다. 클라인은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처럼 유명한 팀은 당연히 알아요. 미국 '그래미 어워즈' 무대(방탄소년단)를 펼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 감명을 받았습니다. 언어적으로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퍼포먼스 자체가 대단했다"고 놀라워했다. 제이크 역시 "스타디움 공연(블랙핑크)을 본 적이 있는데 춤이나 노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대단했다"고 감탄했다.

"블랙핑크는 짧게나마 만나 인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 분들이 그렇듯 친절했죠.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저희 노래를 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만날 기회는 없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는 워낙 큰 아티스트들이라 저희가 감히 협업을 먼저 요청할 수는 없고, 만약 요청이 온다면 기꺼이 해야죠."(클라인)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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