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관에 아들 기용한 日 총리.. 정권의 새로운 악재되나 [특파원+]

강구열 2022. 10. 9. 1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日 총리, 비서관에 장남 쇼타로 임명
"정치사유화", "여론에 둔감"..비판 쏟아져
"지지율 하락 부추길 수 있다", 여권서도 의문

“정실인사가 심하다”, “여론에 너무 둔감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겨냥한 최근 일본 자민당 내부의 비판이다. 정권 출범 1년을 맞아 기시다 총리가 장남 기시다 쇼타로(31)씨를 총리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세습정치가 일반화되다시피 한 일본 정치권이지만 각료보다 강한 영향력을 가지기도 하는 비서관에 기시다 총리가 아들을 기용한 것을 두고 시끄럽다.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총리와 아들 쇼타로씨. ANN 방송화면 캡처
◆내각 지지율 떨어지는데…“왜 하필 지금인가”

정권 출범 1년을 맞은 지난 4일 기시다 총리는 쇼타로씨를 총리 정무담당 비서관으로 임명하자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인사 다음날인 5일 중의원(하원) 대정부질문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 니시무라 치나미 대표대행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고쿠다 게이지 공산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정치의 사유화”라고 비판했고, 일본유신회 후지타 후미다케 간사장은 “마음 편한 사람을 옆에 두고 싶었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우리당은 집안식구를 비서로 두는 걸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자민당 내부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지금 이런 인사를 하느냐는 게 핵심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내각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사 타이밍이 너무 나쁘다는 의견이 자민당에 많다”며 “기시다 정권의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의 한 젊은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모두가 ‘이게 뭐냐’고 탄식하고 있다”며 “이런 인사는 지지율 저하를 조장할 수 있다. 총리 주변에 직언하는 사람이 없는건가”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다는 관점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관저로 출근하는 기시다 총리를 뒤따르는 비서관들. NHK 홈페이지 캡처
◆“정권의 부침에도 영향”, 막강한 총리비서관

일본 언론들은 장남에게 일종의 후계수업을 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시다 총리의 의중을 분석하고 있다. 세습정치인이 적지 않은 일본에서 주요 정치인이 자식을 비서로 두어 정치경험을 쌓게 하는 건 드물지 않다. 기시다 총리 본인이 중의원이었던 아버지 기시다 후미타케의 비서로 일하며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고,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의원 비서와 총리 비서관은 위상, 역할, 성격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쇼타로씨의 총리 비서관 채용에는 비판이 쏟아진다.

우선 총리 비서관은 총리 직속의 특별직 국가공무원이다. ‘특별직급여법’에 따라 세금으로 월 26만∼58만엔(약 250만∼560만원)를 지급한다. 이런 경우 가족, 친척을 비서로 임명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본 관가와 정치권에 널리 퍼져 있다. 

영향력도 막대하다. 8명으로 구성되는 총리 비서관에 대해 일본 법률은 “총리의 명을 받아 기밀에 관련된 사무를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고권력자인 총리를 지근에서 보좌한다는 점에서 각료보다 영향력이 세다고도 한다. 이 때문에 각 성청에서 파견되는 6명(재무 2명, 외무, 경산, 방위, 경찰) 사무비서관은 해당 기관의 에이스로 평가되는 인물들이기 마련이다. 총리 비서관으로 일하고 소속 성청으로 돌아간 뒤 직업공무원 최고위직인 사무차관에 오른 이들도 적지 않다. 

핵심은 수석비서관이다. NHK방송은 “수석비서관은 정무비서관으로 일하는 것이 관례로 총리 관저 주도의 체제 강해짐에 따라 중요성이 커졌다”며 “수석비서관에 누구를 기용하느냐가 정권의 부침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정무비서관은 2명이 임명되는 데 쇼타로씨가 이번 인사로 그 중 한 명이 됐다. 

수석비서관은 통상 오랜 세월 같이 일해 온 총리의 심복이기 마련이지만 예외도 있다. 시마다 다카시 현 수석비서관이 그런 사례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 경제산업성 사무차관을 지낸 바 있는 시마다씨가 비서관으로 기용했을 때 지극히 이례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당시 각 성청에서 파견된 공무원들과 팀을 이뤄 지진 피해를 신속하게 수습하는 등의 능력을 발휘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