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와 벌이 빚는 컬트와인 어떤 맛일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신이 축복받은 ‘와인의 땅’ 나파밸리 화산폭발과 나파 강 침식으로 형성/창고에서 소규모로 시작된 컬트 와인, 미국 와인 명성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와인앤수지애스트 올해 퀸테사 2019 빈티지에 100점 만점 부여/와인메이커 레베카 와인버그 인터뷰
컬트 와인(Cult Wine). 주로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등장한 아주 소규모로 생산되는 고품질을 와인을 뜻합니다. ‘숭배’를 뜻하는 라틴어 컬투스(cultus)에서 비롯됐죠. 작은 창고에서 시작됐기에 개러지(Garage) 와인으로 불리죠. 부띠끄 와인, 블루칩 와인도 컬트와인을 말합니다.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 등이 대표적인 컬트와인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 로버트 파크가 몇몇 컬트 와인에 100점 만점을 주기 시작하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워낙 소량이기에 아무나 살수 없고 구매자 메일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에게만 소량 배분됩니다.
그렇게 잘 나가던 미국 와인산업은 1918년에 또 한차례 휘청거립니다. 미국 전역에 발효된 금주법때문이죠. 생산자들은 큰 타격을 받았고 1933년 금주법이 폐지된 뒤에도 복잡한 규제때문에 한동안 생산자들 애를 먹게 됩니다. 그러다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대륙횡단열차가 개통되면서 미국의 와인산업은 본격적인 부흥기에 접어들게 된답니다. 원산지 통제 규정인 프랑스 AOC(AOP)나 이탈리아 DOC와 비슷한 미국의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미국 포도 재배 지역)는 187곳이며 와인 소비 세계 3위, 와인 생산 세계 4위로 성장했습니다.
나파밸리는 나파 강이 서쪽 마야카마스(Mayacamas) 산맥과 동쪽 바카 산맥 사이를 침식시켜 만든 계곡이랍니다. 아주 오래전 아틀라스 피크와 비더 마운틴의 화산 폭발로 용암 흘러내리면서 다양한 광물질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을 만듭니다. 전 세계에 토양 종류의 약 절반 정도가 나파밸리에서 발견될 정도로 다양한 토양으로 이뤄졌습니다.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고품질 카베르네 소비뇽이 재배되는 곳중 하나가 러더포드(Rutherford) AVA랍니다. 북쪽 세인트 헬레나(St. Helena) AVA, 남쪽 오크빌(Oakville) AVA 사이에 있는 나파밸리 핵심 산지죠.
그중 단 한종류의 컬트 와인만 생산하는 곳이 퀸테사(Quintessa) 입니다. 와인메이커 레베카 와인버그(Rebehah Wineburg)를 줌으로 만나 인터뷰하며 2019 빈티지의 매력을 탐구합니다. UC 데이비스에서 포도재배와 카베르네 소비뇽 페놀 조성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이탈리아,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또 이탈리아 수퍼투스칸의 대명사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어시스턴트 와인메이커, 러더포드에 있는 스태글린 패밀리 빈야드(Staglin Family Vineyard)의 양조학자(Enologist), 부켈라 와인즈(Buccella Wines) 와인메이커를 거쳐 2015년 퀸테사에 합류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퀸테사 와인 발효과정입니다. “퀸테사는 야생효모만 사용해요. 수확때 포도밭에서 효모를 배양하죠. 항아리에서 발효하는 한국의 김치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세라믹 용기에 포도와 야생화를 조금 넣으면 벌이 달려들어 양조에 필요한 자연효모가 만들어진답니다. 5일 정도도 걸리는데 그 효모를 조금 떠서 발효 탱크에 넣으면 포도의 발효가 시작됩니다.”
퀸테사는 와인을 유기농으로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이미 1996년부터 일체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바이오 다이나믹으로 포도를 재재하고 있습니다. 이는 떼루아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양조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빈야드 안에 양조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효모는 인위적으로 추가하지 않고 야생 효모만 씁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콘크리트 탱크를 사용하는데 포도의 특징에 따라 어떤 탱크를 사용할지 결정해요. 콘크리트 탱크는 온도가 천천히 변하고 숨을 쉬기 때문에 화산재가 풍부한 떼루아에서 자라는 포도와 매칭이 잘된답니다. 매력적인 피니시와 쵸크(chalk) 풍미도 더해지죠. 떼루아 특징을 다채롭게 반영하기 위해 포도밭도 세밀하게 나눠 관리한답니다.”
“퀸테사는 밀도가 촘촘한 과일과 미네랄 풍미, 더스티한 풍미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나파밸리에서 독보적이고 독특한 특징입니다. 바카 마운틴의 화산토와 300만년전 드레곤 레이크가 만들어낸 자갈과 점토로 이뤄진 충적토 덕분에 이런 독창적인 퀸테사의 스타일이 만들어집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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