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앞에 놓인 장난감 트럭과 젖병..'눈물바다' 된 태국
태국 북동부 농부아람푸주 어린이집 총기 난사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8일(현지시간) 시작됐다고 방콕포스트를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희생자들은 나끌랑구 소재 사원 세 곳에 나뉘어 안치됐다. 축구 셔츠를 입고 자세를 취하는 아이, 강아지와 앉아 있는 아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 등 생전 환하게 웃고 있는 아동들의 사진은 곧 영정사진이 됐다. 그 앞엔 장난감 트럭, 우유, 꽃이 놓였다. 아기 젖병과 과자, 탄산음료를 올린 곳도 있었다.
34개월 된 외아들을 잃은 어머니 다오링 잠농닛(40)은 “활기차고 말이 많은 아이였다. 이미 철자를 알 정도로 똑똑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문 앞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웃들이 보낸 꽃과 장난감이 쌓였다. 한 주민(38)은 “나도 장난감 자동차를 갖고 놀기 좋아하는 아들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죽은 아이들도 (장난감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내 아들의 나이와 비슷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정오쯤 농부아람푸주 한 어린이집에 전직 경찰 파냐 캄랍(34)이 침입해 약 3시간가량 총과 칼로 난동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어린이 24명을 포함해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임신 8개월인 교사와 2살 아동도 있었다. 해당 어린이집은 2~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이었고, 당시 아동들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던 중이었다. 다행히 당일 비가 많이 내린 데다 통학버스가 고장 나, 평소 출석 인원인 92명에 비해 적은 인원이 있었다. 남아 3명과 여아 2명이 살아남았으나 아직 병원에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 목격자(29)는 학살을 저지른 파냐 캄랍이 침착한 모습이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그는 “비명도 없었고 아무런 소음도 없이 무척 조용했다. 걸어 나온 건 그 한 사람뿐이었다”고 말했다. 파냐 캄랍은 마약 복용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경찰은 그의 살해 동기가 스트레스와 소송 문제 등이라고 밝혔다.
한 교사는 파냐 캄랍이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였다고 BBC에 전했다. 그는 자신의 의붓아들과 아내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또한 지난 8일 화장됐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참사에 태국 사회도 슬픔에 빠졌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지난 7일 부상자들이 이송된 병원을 방문해 “이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 숨진 아이들의 영혼이 남은 가족들이 굳건히 살아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게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이 마을이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에게 관련 뉴스 보도를 보지 말고, 소셜미디어에서 폭력적인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총기 모니터 그룹 건폴리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태국 민간부문이 소유한 총기는 1034만여정에 달한다. 이 가운데 등록된 총기는 622만여정에 불과하며, 412만정 이상은 무허가 총기로 추정된다. 2017년 발생한 강력 범죄의 77.5%에 무허가 총기가 사용됐으며, 2019년 기준 태국에서 총기 사건으로 129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기가 넘쳐나는 태국에서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마약중독과 정신질환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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