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공모, 코드·낙하산·선거 보은인사 되풀이..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 무용론

임성준 2022. 10. 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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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고위 공직자와 공기업 사장 등의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당시 인사청문회 관련 조항을 넣어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정무부지사와 감사위원장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고 있다. 이후 인사청문 대상을 계속 확대해왔다.

원희룡 지사가 민선 6기 제주도지사로 당선된 첫해인 2014년 8월 특별법에 명시된 2명의 청문 대상자 외에 행정시장(제주시장·서귀포시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기로 제주도의회와 합의했다.

이어 제주개발공사·제주관광공사·제주에너지공사 등 지방공기업 3곳, 출자·출연 기관 중에서는 그 규모와 역할을 고려해 출자기관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 1곳, 출연기관인 제주연구원 1곳 등 모두 5개 공공기관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나 주요 공공기관장 임명 때마다 코드인사·낙하산 인사·선거 보은인사라는 꼬리표가 붙는가 하면, 도의회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기도 해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는 오영훈 제주지사.
오영훈 제주도정도 선거 보은인사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 지사는 측근인사나 선거 보은인사 등의 논란이 빚어지면서 이전 도정과의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취임 100일을 거치며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게 인사 문제”라고 토로했다.

오 지사는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이나 제주연구원장 등 일부 인사는 전문성 등에서 높은 평가가 있었다”며 “핵심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 지사는 “인사 원칙과 기준이 도민 눈높이에 맞을 수도 있고 맞추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 더더욱 도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지사는 도의회 도정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현재 인사 검증과 관련해 제도적으로 경찰청으로부터 전과기록 정보만을 회신받고 있다”며 “추가적인 검증을 위한 자료제출과 관련한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박상학 의원이 공공부문 인사 채용과 관련한 인사 검증 기준을 강화하는 법률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주특별법과 연계해 법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제주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지사이다보니, 민주당이 다수당인 의회는 ‘맹탕’ 청문회를 거쳐 ‘적격’ 의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후보자는 농지법 위반, 전문성 결여 등 도덕성과 자질에 심각한 흠이 드러났는데도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오 지사를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한 셈이었다.

기자간담회하는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은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 무용론에 대해 “인사청문을 통해 적격이나 부적격 판단을 내리는 데는 능력이나 자질을 철저하게 검증해서 판정한다”라며 “그런 과정이 어긋나다 보니, 불신이 생기고, 논란이 커지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의장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의 청문결과와 다른 임명이 이뤄지다보니 도민사회에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오고 인사청문회 개선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을 해소해보고자 9월 초 열린 도의회-도 상설정책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설정했고, 개선에도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그런 합의 정신에 따라 부정적인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아예 차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인사청문회 개선방안은 앞으로 도의회와 도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실무차원에서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의원들이 일부러 문제가 있어도 지적하지 않거나 의문이 있어도 질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여러 지적에도 최종 결론이 ‘적합’으로 나올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사안과 상황 등을 헤아려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직 도의원 출신 인사들의 ‘인사청문회 불패’ 현상에 대해선 “청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의원들이 그분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관계가 있더라도 자신의 직무를 던질 의원은 없다고 확신한다”며 “열심히 청문위원으로서 역할을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적격’이 나오면 대상자에 대한 평가보다 다른 이유로 된 것처럼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청문회 개선 방안으로는 “인사청문 대상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얼마나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추천했는지 우선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이후 열리는 청문회 또한 도덕성 평가와 역량 평가를 구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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