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방치 땐 2104년 '새' 90% 사라진다
인간이 기후변화를 막지 않으면 다음 세기 초에는 새 10마리 중 9마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호주 국립대 소속 과학자 등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호주 웨딘마운틴스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조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최근 이 같은 분석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글로벌 에콜로지 앤드 바이오지오그래피’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웨딘마운틴스 국립공원은 호주 수도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있다. 면적은 서울 강남구의 약 2배인 84㎢다. 200여 종의 생물이 사는데, 대부분은 조류다. 강수량이 적은 ‘반건조 지대’에 속하며 여름 기온은 평균 30~33도(최고 기록 43.9도), 겨울 기온은 12~15도(최저 기록 영하 5도)이다.
연구진은 과학에 관심이 깊은 시민들이 1986년부터 정기적으로 이 지역의 새를 잡아 꼬리표를 붙인 뒤 자연에 풀어준 기록들을 종합 분석했다. 총 37종, 2만2000여 마리에 대한 자료가 모였는데, 여기에는 꿀빨이새, 나무발바리, 핀치, 비둘기 등이 포함됐다. 이렇게 꼬리표를 붙이면 어떤 종류의 새가 어느 장소에서, 얼마나 오래 살다가 죽었는지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자료를 집대성해 이 지역의 온난화 추세를 중심으로 다음 세기 초인 2104년에 새들의 생존율을 예측했다. 새들이 날로 심해지는 더위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한 것이다.
분석 결과, 새들의 생존 수준은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크게 갈렸다. 지구 기온이 2104년에 산업화 이전보다 약 1도 높아지는 데에서 멈추는 가장 낙관적인 예측치에선 상황이 그나마 나았다. 이 지역 새들이 자연계에서 1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남을 확률은 1986년에 63%였는데, 2104년에는 43%로 줄어드는 데에서 ‘대참사’를 일단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7도 오르는 비관적인 예측치가 현실이 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새들의 생존율은 11%로 급감했다. 10마리 중 9마리가 더위를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는 뜻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 한겨울에 얼어 죽는 새의 숫자는 줄어든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숫자가 여름에 더위에 지쳐 죽는 새의 숫자보다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여름 기온의 상승이 반건조 또는 건조 지역에서 새들의 개체 수를 지키는 데 중요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극단적인 기온이 지구 생물을 위협하는 엄중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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